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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하는 스노우 May 21. 2022

인생을 그리는 법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상태가 좋은 날이면 기진맥진할 미래의 나를 위로하는 글을 썼다. 하염없이 슬픈 날에는 이만큼 슬픈 적도 있었다며 흔적을 남겼다. 쓰면서 글인지도 몰랐다. 그것은 전부 마음이었다. 언제나 개인적이고 쓰이기 위함이라 실용적이었다. 나를 되짚다가 종종 누추한 모습이 떠올라 울기도 했다. 무쓸모처럼 보이는 여러 순간들 속에서 어떤 소용 하나를 믿고 썼다. 나도 당신처럼 살아내고 있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조금은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p8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기진맥진하여 유튜브 알고리즘에 헤어 나오지 못하는 순간에서 이연님을 알게 됐다. 영상은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나는 이연님의 영상을 보자마자 한순간에 빠져들었다.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 삶을 살면서 아쉬웠거나 후회했던 순간들,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 책에서 읽었던 좋은 문장들을 유튜브에 담아 소개해 주었다. 그 내용들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깨달음이거나, 너무 공감 가는 경험들이었다. 나는 단기간에 이연님의 팬이되었다.

이연님의 목소리도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보이시하면서 안정감 있는 목소리는 (성)시경이형 뺨칠 정도로 매력적이다. 덕분에 이연님의 유튜브 영상 정주행을 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저런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고민해 보지만 내겐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다시 영상에 집중했던 것이 생각난다.

유튜버 혹은 디자이너로만 알고 있었던 이연님은 작가이기도 하다.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할 것 같아 나의 독서 우선순위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버드내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기 때문에 지루해진 내게 이연님의 책은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속는 셈 치고 읽어봤는데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유창해지면 즐겁다.


뭐든 잘하기 전엔 재미가 없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분명 흥미로 시작하겠지만 점점 높아지는 안목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당신의 손을 원망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주변에 잘 그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고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아득하여 걷기도 전에 기진맥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잘해야 즐거워진다. 그림이 정말로 지루하고 재미없을 가능성보다 당신이 아직 즐거울 만큼의 실력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잘하게 되는 방법이야 간단하다. 매일 하는 것.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p67

최근에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깨달음이 한 가지가 있다. 무엇을 하든 임계치를 넘는 수준까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2년간 영어 공부, 독서, 운동을 함께 병행했다. 일을 하고 와서 독서, 운동,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하니까 굉장히 벅찼고, 실력도 늘지 않았다. 실력이 늘지 않으니까 재미가 없었고, 내게는 어떤 재능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선택과 집중을 적절하게 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3개를 동시에 하는 것보다 하나를 정해서 그것만 팠더라면 분명 임계치를 넘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연님도 임계치를 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 같다. 책에 나온 내용과 이연님이 올려주신 영상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이연님은 그림을 잘 그리기 전에 그림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없었고, 실망감도 많이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노력은 치열하게 했다고 설명한다. 

최근에 업로드했던 '당신이 여전히 제자리인 이유'라는 영상에서 구독자 그림 피드백에서도 실력에 대해서 언급했던 내용이 머릿속에 각인됐다. 이연님이 구독자의 그림을 보면서 더 많이 그려봐야 하고, 더 좋은 그림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잘 그리기 위해서는 기본기가 중요하고, 기본기를 바탕으로 그림을 자신의 스타일로 확장시켜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독자분들의 그림에는 그림에 대한 기본기가 부족하고, 실력도 상당히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그림 실력이 부족하니까 자기 마음에도 안 들고, 의기소침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더 많이 그리고 많이 봐야 한다고 하면서 이연님이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가 그렇게 노력했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있는 거예요. 이 나이 때에는 이 정도는 그릴 수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진짜 많이 그리고, 많이 봐야 해요."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 이연님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이연님이 책에서 말했던 것처럼, 내가 느꼈던 것처럼 임계치를 넘는 노력을 하면 어느 정도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그림 그리는 일이든, 운동이든, 독서든, 글쓰기든 뭐든. 그러면 그것이 내 장점이자 무기가 될 수 있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노력하는 것이 어렵고 힘들어도 임계치를 넘을 때까지 버텨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좋은 무기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경험하기

리뷰를 들여다봐도 잘 모르겠다 싶으면 '모르겠으니까 해봐야겠다'한다. 부딪친다고 생각보다 큰일이 생기지 않는다. 겪어보고 판단하자. 자신의 시각을 기르자.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p105


바야흐로 리뷰의 시대이다. 사소한 물건 하나 구매하더라도 어떤 특징이 있으며, 어떤 사이트가 더 저렴한지 다 나오는 IT 시대에 살고 있다. 음식, 스포츠, 직업, 책 등 무엇이든 검색하면 먼저 경험해 본 사람이 친절하게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설명해 준다. 과거와 비교해 보면 정말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이연님도 이런 리뷰를 수용했었다고 했다. 한 번은 냉면집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아서 가지 않았다가 여름철에 냉면이 먹고 싶어서 평점이 좋지 않은 냉면집에 어쩔 수 없이 갔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냉면집의 냉면 맛이 좋아서 허탈했다고 한다. 즉, 리뷰만 믿고 가지 않았었는데 정작 자신에게는 리뷰가 방해가 된 것이다. 

이연님의 사례를 모든 것에 일반화할 수 없다. 음식점의 리뷰 개수가 많고, 그 평점이 좋다면 대부분 맛집 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맛집이 나한테는 맛집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 경험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카와카츠라고 서울에서 3대 돈가스집 중 한 곳이라고 불리는 곳에 맛집을 잘 다니는 형이랑 간 적이 있었다. 나는 너무 만족하고 먹었는데 같이 간 형은 만족스럽다고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형의 친구들은 나처럼 카와카츠가 굉장히 맛있어서 만족했다고 했다. 맛집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맛집 일 수는 없다.

인간에게 시간은 굉장히 소중하다.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과 돈을 허투루 사용하고 싶지 않아 한다. 기왕이면 맛있는 거, 재밌는 거, 나한테 잘 맞는 거를 고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실제로 먹거나, 입어보거나, 사용해 보지 않으면 나한테 좋은지 안 좋은지 모른다. 직접 해봐야 한다. 그게 무엇이든.

나는 손실회피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기존에 하던 것과 다른 선택을 해서 내게 맞지 않는 것이 큰 손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의 폭이 넓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먹던 것만, 입던 것만, 경험하던 것만 했다. 직업도 그랬다. 그저 익숙했던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선택을 하고 있다. 잘 먹지 않던 파스타도 먹어보고, 셔츠쟁이가 힙하게 조거 팬츠도 입어보고, 사무직만 경험했지만 이제는 기술직 학원에 등록했다. 다 해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들이다. 이제는 후회하지 않게 해보려고 한다. 마치 저자처럼.


여러 가지의 당신

과거의 이연 생각

    나는 내가 창의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짧은 손톱이 그저 못생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개인주의자라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싫다고 생각했다.  

    나는 체육 수행평가를 보며 내가 평생 스포츠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32살까지 5평 자취방에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디자인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이연 생각

    창의성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알고 보면 모든 인간은 창의적이다.  

    손재주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손톱이 짧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상처를 주는 것도 타인이지만, 가장 큰 치유를 주는 것도 타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수영, 달리기, 자전거를 좋아한다. 모아놓고 보니 철인 3종!  

    나는 29살 투룸으로 이사했다.  

    나는 디자인이 재밌다. 사는 것도, 하는 것도.  


요즘 MBTI에 대한 열풍이 강하다. 내가 좋아하는 짠부님은 MBTI에 진심인 분이다. 그녀의 책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 <더 버는 내가 되는 법> 모두에 MBTI 내용이 나온다. 그녀는 자신의 유형이 자신에게 너무 잘 맞고, 그런 내용이 너무 재밌다고 설명한다. 나도 MBTI에 대해서 대학교 심리학 수업에서 실제로 실시해 보고, 공부해 본 적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하지만 MBTI는 스스로 검사해서 객관성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최근 <작별 인사>를 집필하여 <유퀴즈>에 나왔던 김영하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자기 자신은 자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때 내가 모르던 것들을 발견할 때가 많다고. 일리 있는 말이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예단하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 거야,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따로 있을 거야, 공부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을 거야"라는 참 위험한 문장들이다. 국가대표 축구 선수였던 허정무 이사장은 대학교 때 축구를 처음 시작했고, 30살 때부터 독서했던 고영성 작가님은 13개의 저서를 냈으며, 문제아로 고등학교 자퇴했던 토드 로즈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현재 하버드 교양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기 자신을 예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저자는 나조차도 내게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앞으로도 이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사고방식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이연님이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점들이 나중에는 장점으로 바뀔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앞으로 이연님처럼 생각해야겠다.


이연님을 알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인생에서 운은 중요하다. 운칠기삼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니까. 실제로 김작가 TV의 메인MC 김도윤 작가는 <럭키>라는 책을 펴내면서 인생에서 운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운을 끌어당길 수 있을까? 내게 좋은 일만 생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연님이 <뭘 해도 잘 되는 사람들 공통점 3가지>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이연님은 행운을 높이려면 만나는 사람과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운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운이 좋은 환경을 만들면 행운에 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연님도 운이 좋은 사람 중 한 명이라면서 이 영상을 보고 있거나, 자신을 구독한 사람들도 운의 밑천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 멘트를 듣는 순간 좀 뿌듯했다.


이연님의 말은 굉장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려 하고, 부자들은 애써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가끔 가다가 유튜브 <장사의 신>을 운영하고 있는 은현장 대표님처럼 대단하신 분들이 있지만 매우 예외적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 봐도 사람과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생각해 보니까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을 접한 것도, 이연님의 영상을 접한 것도, 이연님을 통해 앤드류님을 알게 된 것도, 덕분에 <럭키드로우>라는 책을 알게 된 것도 모두 운으로 이어졌다. 앞으로도 이런 운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운의 빈도를 높이기 위해서 이연님을 포함해서 좋은 사람들과 환경에 노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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