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일론 머스크가 인정받는 이유
일론 머스크는 괴짜다. 괴짜란 괴상한 짓을 잘하는 사람을 말한다. 내가 괴짜라고 표현한 이유는 머스크의 행실을 보면 알 수 있다. 트위터에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해 코인 주가에 급락을 유도하지 않나, 트위터를 매수한다고 계약까지 해놓고 갑자기 철회하지 않나, 갑자기 우리나라를 지적하면서 자신을 본받아서 아이를 많이 나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습 등 공인이라고 하기에 품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행적을 보면서 어떤 정체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진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열심히 이슈를 만들고 있다.
그의 사생활에 대한 기사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화룡정점이다. 유튜브 슈카월드에 따르면, 자식이 10명이고 전 부인이 4명이나 된다고 한다. 또한 조니뎁 아내와의 불륜, 가장 친한 친구라고 알려진 구글 공동 창업자 브린의 아내와의 불륜, 전 부하직원의 쌍둥이를 낳는 사건 등 수많은 스캔들이 머스크를 향하고 있다.
끊임없는 스캔들과 쉬지 않는 머스크의 트위터 활동 덕분에 일론 머스크는 내게 있어서 그냥 세계적인 관종 혹은 빌런으로 각인됐다. 테슬라와 스페이스 X를 세운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고, 테슬라는 현재 기준 나스닥 시총 5위, 스페이스X도 테슬라에 준하는 가치를 지닌 기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겐 그저 입 가벼운 난봉꾼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는 <리프트오프>라는 책을 통해 머스크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알지 못한 내용들을 더 많이 알게 됐고, 머스크를 다시 보게 됐다.
머스크가 수년간 스페이스X를 통해 보여 준 성과들은 놀랍기 그지없다. 우주인들을 우주로 올려보내고 로켓을 배 위에 착륙시키고 전 세계 항공우주산업을 재편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과는 인류를 화성에 보내려는 그의 담대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인류를 화성에 보내는 일은 오늘날 NASA(미국항공우주국)나 전 세계 우주 기관의 능력을 한참 넘어서는 일이다.
<리프트오프>,p8
<리프트오프>라는 책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 X에 관한 내용으로, 스페이스X와 일론 머스크의 성장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여기서 스페이스X란 인류의 우주 진출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가진 우주탐사기업이다. 스페이스 X는 세계 최초의 상용 우주선 발사, 세계 최초의 궤도 발사체 수직 이착륙, 세계 최초의 궤도 발사체 재활용,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 비행사의 국제 우주 정거장 도킹 등 혁신적인 업적들을 달성했으며, 현재 21세기의 우주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42,000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해 전 세계 위성을 보급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덕분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혁신적이고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낸 이 기업은 지금은 우주산업을 이끌고 있지만 과거에는 폐업 위기의 기업이기도 했다. 스페이스 X는 텅 빈 공장에서 직원 몇 명만으로 시작했다. 머스크가 한 명, 한 명 모두 면접을 보고 사람을 고용하면서 회사는 커져갔지만 생존 확률은 매우 낮았다. 왜냐하면 민간 우주 기업은 80년대와 90년대에도 만들어진 적이 있었지만 모두 실패하고 파산했다는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머스크도 거듭된 발사 실패로 재정 압박에 자유롭지 못했고, 파산 위기까지 갔었다.
4번의 발사 끝에 발사체를 우주에 성공적으로 올려놓을 수 있었고, 돈이 바닥이 나고 있었던 스페이스 X는 NASA의 프로젝트를 받아 기사회생을 할 수 있게 된다. NASA 프로젝트는 머스크 외에도 다른 우주 민간 기업들도 참여했기 때문에 스페이스 X가 선택받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만약 NASA의 선택을 받지 못했더라면 지금 테슬라와 스페이스 X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리프트오프>는 스페이스 X가 거쳐온 다사다난한 과정을 모두 담은 책이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애달프기도 하다. 로켓 발사가 실패하면 나도 모르게 좌절감이 느껴진다. 그만큼 스페이스 X 직원들과 머스크가 발사체를 우주에 올려 놓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그들이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그들을 어느새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떻게 머스크는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한 직원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그 직원의 아내가 구글에 다니고 있었는데 지역이 머스크 회사와 다른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머스크는 친구인 구글 창업자 페이지에게 연락해 근무지를 바꿔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었다. 또한 회사 직원이 1000명이 될 때까지도 머스크가 인사에 관여할 정도로 인재에 대한 집착이 있다고 한다. 머스크가 이렇게 사람에 집중한 이유는 탁월한 업무수행능력도 있지만 끈기 있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 X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기업이다. 역량도 뛰어나야 하지만 문제에 봉착했을 때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즉, 그릿이 있는 인재가 필요했다. 실제로 3차 발사를 실패하고, 모두가 낙담하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해보자고 머스크가 말하자 모두가 다시 발사체 발사를 위해 달려들었다. 스페이스 X에 뽑힌 직원들은 모두 그릿이 출중한 사람들이다.
머스크는 우주사업에 적법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국가 주도 우주 개발과 관련해서 어떤 실험이나 설계, 개발을 실시하려면 거쳐나가야 할 과정이 굉장히 많다. 만일 그 실험이 실패로 끝나게 된다면 진전도 없고, 그 실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머스크는 일단 시도를 많이 해보고, 사후 분석도 많이 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발사체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나는 창의적인 일에 있어서 머스크의 방식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많이 시도하고, 피드백을 거쳐 그중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이뤄내고자 하는 집념이 있었다. 책을 보다가 3차 발사가 실패할 때쯤 독자로 하여금 허탈감을 들게 만든다. 그간 무수히 많은 문제들이 있었고, 이를 나름대로 잘 해결해왔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간다. 스페이스 X 직원들은 머스크가 더 이상 도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당시 머스크는 첫째 아이가 병으로 사망했고,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었으며, 재정적인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어려움에도 그는 그가 원하는 것을 이뤄내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리 괴짜여도 일론 머스크가 일궈낸 성과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머스크가 만들어낸 성과물들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만들어낼 수 없었다. 과거부터 번번이 실패해왔던 민간 우주 사업을 성공했으며, 꿈으로만 남겨두었던 우주여행을 실현시킬 수 있는 첫 번째 인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에서 스타링크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운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스타링크가 없었더라면 우크라이나는 벌써 러시아에 승복했을지도 모른다.
머스크는 페이팔이라는 기업을 매도하고 수천억의 자산이 생겼고, 이를 테스라와 스페이스 X에 투자했다. 솔직히 수천억원이 수중에 있다면 빌딩 사거나 자산 불리기를 했었더라면 더 편히 잘 먹고 잘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더 원대한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실현시켰다. 남들이 안 될 것이라고 치부했던 목표를 보란 듯이 달성해 보였다. 난봉꾼의 이미지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부분이 희석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 머스크는 빌런이다. 덕분에 내 공식은 확고하다는 결론이 섰다. 빌런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