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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하는 스노우 Apr 12. 2022

우리가 좋은 공간과 좋은 사람을 찾는 이유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인생은 파도 같다. 잔잔한 파도 물결을 바라보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취하기도 하지만, 갑자기 큰 파도를 일구며 때때로 건물을 부수거나 인명피해까지도 이어지곤 한다. 이처럼 우리의 인생은 산책하기 좋은 날씨의 파도처럼 행복한 일도 있지만, 태풍이 휘몰아치는 날씨처럼 안 좋은 일이 있을 때가 있다. 


우리는 손실 회피 편향이 강하다. 즉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에 더 민감하다는 뜻이다. 예컨대, 1만 원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1만 원을 얻었을 때 느끼는 행복감보다 크다. 정서적으로 2배의 차이가 난다는 실험 결과도 나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행복보다는 불행이나 안 좋은 일에 신경 쓰는 것 같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좋은 사람, 좋은 공간을 일부러 자주 찾는다. 내가 좋아하는 독서 모임에서는 어떤 말을 해도 존중받고 인정해 주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기쁜 일을 있으면 서로 공유하며 공감한다. 나와 친한 지인들 또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 받아들임을 느낄 테면 행복함을 느낀다. 더 나아가 좋은 사람과 좋은 공간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면 그 행복은 배가 된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으면서, 삶에서 좋은 공간과 좋은 사람에 대한 중요성이 더 커지게 됐다.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나오는 각자의 고통, 힘듦, 어려움을 좋은 공간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흐뭇하게 미소 지어지는 것을 느낀 나는 이 책에 대해서 꼭 다른 이에게 추천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고, 브런치를 켰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 무조건 행복할까?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다 행복하진 않아. 좋아하는 일을 좋은 환경에서 하면 모를까. 어쩌면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좋아하는 일도 포기하고 싶은 일이 되어버리거든. 그러니 우선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그럼 무조건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말은 누구에겐 해당되지 않을 수 있어. 어쩌면 너무 순진한 말이기도 하고.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p273


최근에 읽었던 앤드류님의 책 <럭키 드로우>가 생각났다. <럭키 드로우>의 메시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자'이다. 실제로 올해 3월에 열렸던 북토크에서 앤드류님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굉장히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을 하는 앤드류님을 봤을 때 큰 영감을 받았다. 나도 저렇게 좋아하는 일을 해서 앤드류님처럼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그런데 <럭키 드로우>의 앞부분 내용을 살펴보면서 좋아하는 일만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앤드류님도 처음부터 일이 잘 풀리고 성공하지 않았다. 저자는 미국으로 인턴십에 합격하여 들어갔던 소기업에서 좋은 역할을 해내면서 커리어에 인정을 받았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직원 한 명이 저자를 왕따시켰고, 저자는 계속 고통받았다. 결국에는 그 회사에서 잘리게 됐고, 그 때문에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 저자는 이직한 회사에서 전과는 다르게 열성적으로 일하지 않았다. 무조건 칼퇴 했고, 집에 와서는 넷플릭스과 유튜브를 즐겨봤다고 했다. 즉 좋아하는 일도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느냐, 그 일이 어떤 환경에 처해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 좋은 공간에 대해서는 각자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나는 서로를 존중해 주고 배려해 주는 사람 혹은 그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좋은 사람들에 해당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게 조심하며,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려고 하고, 누군가가 힘들면 서로 도와주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 관계가 너무 좋아 소설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리고 메인 공간으로 나오는 서점은 그 공간에서 풍기는 아늑함과 알 수 없는 매력을 품고 있어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덕분에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공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원활히 서점을 운영해나갈 수 있게 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무엇을 얻었냐고라고 물으면 내 쏘울 메이트 성일이 형을 만난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열심히 학교를 다닌 결과,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삶에 치여 산다는 느낌과 버겁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을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성일이 형과 산책하면서 대화를 통해 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성일이 형과 대화하면 마음이 진정됐고, 성일이 형은 항상 내 도움에 응해준 사람이다. 지금도 항상 고마움을 마음속 한 켠에 지니고 있다.


공기업 인턴을 통해 만났던 태원이 형도 너무 좋다. 태원이 형은 서울 갈 때마다 맛집 탐방을 해주면서 내게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음식점을 소개해 준다. 덕분에 급식에서 나오는 돈가스만 있는 줄 알았던 수원 촌놈에게 입에서 살살 녹는 돈가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고, 커피 맛이 얼마나 다양한지도 알게 해주었다. 또 태원이 형은 논리적으로 대화하고 사고하는 것도 좋아해서 나와 대화를 많이 해서 좋다. 태원이 형을 만나면 항상 큰 영감을 받는다.


대학교에서 성일이 형을 만나고, 공기업 인턴에서 태원이 형을 만난 것처럼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 활동하고 네트워크를 쌓아간다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김짠부님도 좋아하는 일, 관심 있는 일을 하면서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앞서 소개한 앤드류님도 결국은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냄으로써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서점으로 가는 것처럼 좋은 공간을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기업 체인지 그라운드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을 참여했던 나는 거기서도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3년이 지난 지금도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 있게 됐고 좋은 영감, 색다른 관점, 책에 대한 깨달음 등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이렇게 좋은 공간이 없었더라면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좋은 사람을 더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내 주위에 있는 좋은 사람들을 좋은 공간에서 오래오래 보고 싶다. 최근에 행복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 봤는데 그 행복은 사람에게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사람에 의해서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오래 보면 내 삶에 행복이 더 빈번해질 것이다. 항상 그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며, 내가 베풀 수 있는 것은 능력껏 베풀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이 글의 TMI]

1. 최근에 소설에 빠져서 헤엄치는 중

2. 행복 계좌를 확인해 보니까 모두 사람에 관련된 것이었다. 역시 사람이 너무 중요하다

- 행복 계좌란? 행복을 느낄 때마다 따로 마련해둔 통장에 1000원씩 넣는다. 통장 입금 내역에는 행복한 이유를 작성한다.

- 올 1월부터 시작했는데 18번의 행복을 느낌. 소름 돋는 건 모두 사람을 통해서 행복을 느낌

3.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앞으로 계속 고민하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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