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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지 Jun 07. 2018

어딘가는 자라고 있겠지

고무나무와 불안을 견디는 법

친구와 친한 선배 오빠가 광주까지 와서 처음 작당모의 사무실에 왔을 때 작은 고무나무를 들고 왔다. 지금은 작은 화분에 있지만 나중에 정말 크게 자랄 수 있는 게 고무나무라며, 작당모의를 그렇게 키워보라는 축복의 말과 함께.


mr. 고무는 올봄에만 잎이 3장이나 늘었다. 처음에 작고 부드러운 연두연두한 잎을 빼꼼 내밀더니, 어느새 초록초록한 생명력을 덧칠 해 이전에 있던 잎들과 같은 분위기를 낸다. 아직 두께는 조금 얇지만 언뜻 보기엔 이전의 잎들과 크기도 색도 비슷해졌다.

자라는 모든 것들은 뒷걸음질 치지 않는다. 생을 다해 시들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면 늘 어제보다 오늘 조금씩 조금씩 자라난다. 자기의 기준으로 어느 순간이 오면 짠 하고 싹을 틔워낸다. 집 앞 공원에 200살이 넘는 팽나무도 매년 봄 새싹을 틔워내니까.


예전에 충분히 인기 있던 가수가 앨범이 나올 때마다 순위가 매겨지는 음악 업계가 정말 가혹하다며 한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은 알 것 같다. 시장은 반드시 가치 있는 것을 소비하니까. 가치 있는 것만 소비하니까. 사실 나도 매일 매출로 작당모의의 가치를 평가받는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기준은 점점 높아지는데, 요즘 신제품 준비 때문에 무무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분명 더더 열심히 일하는데 매출이 조금이라도 주춤하면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맞나 의심을 하게 되고, 자책을 하게 된다. 여기서 좀 더 일하면 행복함이 사라질 것 같은데, 쉬는 시간을 허락하는 것이 힘들다. 사실은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에 대한 믿음으로 무무도, 신제품도 끌고 나가야 하는데.. 이럴 때 내가 정말 스스로 욕심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갑자기 책상 위의 부지런한 고무나무의 새 잎을 보면서 작당모의도 지금 보이지 않는 어느 부분이 열심히 자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짠 하고 지금 들인 노력의 결과도 반드시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1년을 준비해서 수확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두드리고, 다지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올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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