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애정표현
오늘 문득 사과를 먹다가 정말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사과다. 어릴 때 친구들이랑 한참 놀다가 시간이 늦어져서 미안하면 들어가는 길에 괜히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서 '뭐 먹고 싶은 거 있어?'하고 물으면 열 번중에 일고여덟 번은 '사과'였다.
그런데 우리 집에 사과가 얼마나 있는지 눈여겨보는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아빠다. 아빠는 우리 집에 사과가 채 떨어지기 전에 넉넉하게 사과를 사 온다. 그것도 늘 크고 좋은 것으로. 정작 아빠는 사과를 잘 안 먹지만, 사과를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서 사 오시는 것이다. 오늘 문득 그 사실을 깨닫고 우리 집에 있는 사과는 꽃만큼 로맨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기 때문에 해주는 수많은 것들이 있을 테지만, 그중 하나는 분명히 사과를 사 오는 것이다. 누군가는 좋은 가방을 사주는 것에서 더 큰 사랑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일주일에 몇 번은 냉장고에 사과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고 사 오는 일이 분명 더 큰 마음을 쓰는 일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몇십 년째 할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생각 한다. 그래서 오늘 문득 사과를 먹다가 정말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