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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지 Oct 24. 2018

기다림

그러니까 엄마 빨리 와!

책을 읽다가 반려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마룬이를 생각한다. 마룬이를 쓰다듬고, 눈을 맞추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늘은 운동을 가지 않았다. 평소라면 집에 마룬이를 혼자 두고 갔을 텐데 오늘은 마룬이랑 있어주고 싶었다. 당직인 엄마를 기다리는 마룬이는 문 밖의 작은 소리에도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거리며 기다린다. 귀찮은 기색도 없이 작은 소리에도 달려 나가 현관에 귀를 댄다. 그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어릴 때 어버이 날이나 부모님 생일 때 용돈을 아껴 케이크를 사고 풍선을 달아놓고 기다리던 어린 나와 더 어린 남동생이 떠올랐다. 마룬이처럼 엄마 아빠를 기다린 기억은 어린 날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마룬이는 늘 그렇게 꽤나 진지하게 우리를 기다린다. 그래서 오늘은 운동을 미루고 그런 마룬이와 함께 나도 현관을 바라보며 엄마를 기다렸다. 기분 좋은 기다림이다.


그러니까 엄마 빨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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