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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고운 Jul 25. 2021

'나'다운 삶을 위한 정화

우리 함께 호오포노포노-요시모토 바나나, 타이라 아이린

 어린아이가 귀엽게 말하는 듯한 단어, '호오포노포노'란 무엇일까. 하와이 말로 '잘못을 고친다'는 뜻으로, 쉽게 말해 삶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자기 다운 완벽한 균형을 되찾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삶의 균형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소설 '키친'을 통해 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요시모토 바나나와 현재 SITH 호오포노포노 아시아 사무국에서 활동 중인 타이라 아이린이, 호오포노포노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얻게 된 다양한 삶의 깨달음에 대해 서로 마주 보고 대화하는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다. 둘의 대화엔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정화'이다. 호오포노포노 실천을 위한 핵심 요소로, 제대로 된 정화를 위해선 단순히 나의 출생 이후부터의 기억뿐 아니라 우주가 시작된 이후 무의식적으로 생겨난 모든 기억을 소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축적된 기억을 가진 마음속의 나를 '내면 아이(Inner Child)' 혹은 '우니히피리'라 부른다. '나'라는 인간이 이전의 조상들이나 현재의 타인들과 비슷한 행동과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불교에서 등장하는 윤회 사상'과 관련이 있다. 윤회란 우리가 죽게 되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카르마(업보)에 따라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생과 사가 무한히 반복됨을 의미한다. 불교의 관점으로 볼 때, 우리는 온 우주의 기억들 중 일부를 가진 우니히피리를 각각 지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무의식적인 불필요한 기억들 중의 일부를 자각하게 되면, 우리에게 문제가 발생한다. 나다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내거나 흥분하게 된다. 삶은 평화에서 멀어지고 고통과 가까워진다. 뿐만 아니라 그 기억에 지배되면서 스스로를 정해진 틀에 가두기도 한다. 책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화 방법 중 하나를 소개하는데 아래의 네 가지 문장들에 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


  호오포노포노의 최고 권위자 '휴렌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있다." 이는 단순히 문제를 내 탓으로 돌려 스스로를 갉아먹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수용하며 상황에 맞게 나의 내면 아이, 즉 우니히피리에게 위의 문장을 따뜻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나답지 않은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생길 때마다 나의 내면 아이를 잘 보살핀다면 인생이 훨씬 쉬어질 것이다.


 요시모토와 타이라는 호오포노노를 일상생활에 접목시켜 실천했던 다양한 경험을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가족 간의 관계 개선, 주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는 방법, 나와 타인의 선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적당한 거리 파악하기, 서로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한 거절 방법 등 호오포노포노를 통해 얻게 된 다양한 삶의 해답들이 알차게 들어 있다. 내가 가장 집중하여 읽었던 부분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부모니까 자식괴 함께 가는 여행이 당연히 즐거울 것이란 환상이나 착각을 정화하고, '효도란 이런 것이다. 행복한 노후는 이럴 것'이라는 판단으로부터 현실에 눈을 뜨는 게 정말 중요하네요." -p.253

 

 생각해 보면 제대로 된 효도를 위해선 부모님의 성향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그들이 좋아하는 효도를 해야 함이 마땅한데, 나는 주로 인터넷 검색에만 의존하며 보편성에 치우친 선물을 해드리려 했다. '요즘은 이런 방식의 효도가 유행이더라, 이거라면 무조건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이다' 등의 타인들의 말만 귀 기울인 것이다. 어쩌면 '무의식 속에 정성보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나의 못난 마음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어 많이 부끄러웠다. 부모님과의 거리만큼은 많이 좁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과거를 품고 살아가게 된다. 현재를 '나'답게, 현명하게 보내기 위해선 불필요한 과거에 연연하면 안 된다. 그러니 우리 함께 '호오포노포노'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보고 정화하는 것이 어떨까.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

 



 "날마다 그렇게 '대체 어느 쪽이 맞는 거야?' 하는 일을 겪다 보면, 아주 사소한 일도 삶에 충격을 주게 돼요.

(......) 그래서 '내가 원래는 어땠지?' 하고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 봐야 해요. 그 운동화를 부모가 '좋다'고 해서 좋다고 여겼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자기도 좋아했었는지 고민해 봐야죠.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영원히 정답을 알 수 없어요." -p.31


 "인생이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사방으로 열린 유동적인 거잖아요. 스스로 이미지를 가지면서 길을 만들어 가는 수밖에 없어요. 모르는 나름으로." -p. 48~49


 "지금 생각해 보면 '좋아하지 않는데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 세계는 참 이상했어요. '모두가 이걸 좋아할 거야' 하는 분위기 속에 있으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죠. 그런 젊은이들인 많은 것 같아요. -p. 72


 "자기와 마주하면서 정화를 계속하면 노이즈가 줄어들어요. 그리고, 그렇게 노이즈를 줄여 가는 것이 인생의 한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간단히 말해서, '날씨가 어떻든 구름 위는 화창하게 개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걸 알면 구름이 끼든 비가 내리든 신경이 쓰이지 않죠." -p. 165


 "분위기를 파악하는 방법은 학교에서도 자연히 배우지만, 거리를 파악하는 방법은 오히려 잊어 가는 것 같아요." -p.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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