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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고운 Aug 22. 2021

여성주의 관점에서 본 가정폭력

아주 친밀한 폭력-정희진

 얼마 전 책 쓰기 프로젝트에 참가해 소설을 쓰고 있다. 10명의 장르 무관한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는 방식인데, 나는 '가정폭력'을 주제로 한 단편 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탈고까지의 기간이 짧기 때문에 여건상 문헌조사로 간접적인 정보를 얻었다. 그중 하나가 지금 소개할 여성주의와 가정 폭력을 주제로 한 '아주 친밀한 폭력'이다.


 이화여대 여성학을 전공한 희진 박사는, 다양한 가정 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례를 보여주며 '가장 보호받아야 할 장소가 왜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되었는가'에 대한 원인을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저자는 사회의 기본 단위가 '개인'이 아닌, '가정'에 있다는 논리를 비판한다. 이는 가정의 내부적인 진실을 은폐하게 만들고, 폭력을 드러낼 수 없게 한다. 그녀는 가정을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한다는 점에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아내가 남편을 가정 폭력으로 신고할 경우, 공권력을 가진 경찰은 가정사는 잘못하면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도 있으니 알아서 해결하라며 돌려보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를 잘 설득시켜 보라며 화해를 강요한다. 힘들게 용기를 낸 아내는 결국 무력감을 느끼며 범죄 현장으로 돌아가 반복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이렇듯 가정 밖에서 일어난 폭력과 전혀 다르게 대응하는 상황에 많은 아내들은 생명이 위태로워질 쯤에야 국가에 도움을 청한다.


 여기서 '여자만 가정 폭력을 당하는 거 아니다. 남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불편감을 보일 수 있다. 당연히 남편 또한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여기선 여성학의 관점에서 한국의 가부장제를 중심 문제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가정 폭력을 '아내 폭력'이라 정의하며 원인을 풀어낸다. 한국 사회는 가부장제를 문제시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를 유지하고 있는 가정들은 곳곳에 만연해 있다. '아내 폭력'이 뫼비우스의 띠를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사라지기 힘든 이유는 오랫동안 많은 국가들로부터 유지되어왔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많은 가정은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이자 재산권'으로 생각한다. 모두에게 평등해야 할 인권이 절반에겐 평등하지 않은 모순을 드러낸다. 한국의 유교 사상과 같은 전통적인 제도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이를 드러내는 사례들에 분노가 일었다.


 여성 인권 관점에서 '아내 폭력'에 대한 문제를 다루어 기분 좋은 충격을 주었고, 조심스럽기도 하였다. 첫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역차별을 하게 되는 문장을 만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근거 있는 주장에 마음이 놓였다. 대부분 가정폭력의 관심은 그들의 자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는데, 직접적인 피해자인 아내에 초점을 맞추어서 신선했다. 생각보다 심각한 사례들이 많아 가끔 울기도 하고 가해자의 어이없는 당당함에 화가 나기도 했다. '가장 친밀한 폭력'은 '아내 폭력'의 원인을 나무가 아닌 숲에서 바라볼 수 있는 책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내를 함부로 대하는 행동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언어폭력과 같은 '사소한' 폭력은 폭력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본다. -p. 45  
 심각한 폭력의 존재는 '가벼운' 폭력을 정당화하고 이는 결국 가벼운 폭력이 심각한 폭력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한다. 여성들은 폭력 자체를 문제화하기보다는 '덜 당한' 사실에 안도하고 남편에게 고마워한다. 워낙 부부 관계에 폭력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아내가 폭력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면 관계를 지속하기 힘들다. 여성들은 스스로 허용 기준치를 만들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당하는 폭력이(폭력이긴 하지만) 결혼 생활을 포기할 만큼은 아닌, 부부 관계의 일부로 생각하는 것이다. -p.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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