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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고운 Aug 15. 2021

누구를 위한, 누구에 대한 저항인가

로드워크-스티븐 킹

  한 세탁 회사의 관리자로 일하는 40대의 평범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바튼 조지 도스. 그는 아내 매리와 함께 집에서 남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도로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바튼은 매리와 단 둘이 살고 있지만, 그들에겐 두 자식이 있었다. 첫째는 태어나기도 전에 유산되었고, 둘째 찰리는 어린 나이에 뇌종양으로 목숨을 잃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을 회복한 아내와 달리, 바튼은 아들 찰리와 보냈던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는 바튼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아들 찰리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어느 날, 정부는 그가 사는 마을 주변의 784번 고속도로를 확장할 거라는 공사 계획을 발표했다. 확장된 도로는 그의 집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일했던 세탁 회사도 통과할 예정이었다. 그전까지 국가에서 지급한 보상금으로 이사를 가야 했고 워터포드에 있는 새 공장 부지로 세탁 회사를 이전하기 위해 부동산 매매 계약을 맺어야 했다. 하지만 바튼은, 이를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 대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거짓말까지 해가며 총을 구입했으며 암거래를 통해 폭탄 등을 사들였다. 그는 이것들로 엄청난 일을 계획했고, 무모한 행동에 성공하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메리는 충격을 받아 그들의 집에서 나와 별거를 시작했다. 세탁 회사 동료였던 사람들은 그를 정신병자 취급한다. 과연 그는 어떤 짓을 저지른 걸까.


 소설 '로드워크'는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진행하는 도로공사로 한 남자의 인생이 파멸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가는 국민들의 편의성을 위해 도로를 확장한다 밝혔지만 마지막 장에선 다른 꿍꿍이가 의심되는 부분이 등장한다. 공사 날짜가 다가올수록 주변 마을은 빈집이 늘어가고 공허함만 남게 된다. 사람들은 따뜻한 집과 이웃들, 추억 모두를 잃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불만을 뒤로하고 국가의 결정에 따르는 이웃들과 달리, 가장 마지막에 남아 있던 바튼은 그곳에서 끊임없는 저항을 한다. 가족과 동료, 직장을 잃으면서까지 말이다. 그는 왜 이렇게까지 도로공사에 반기를 드는 것일까.


 위에서 잠깐 설명한 바와 같이 바튼은 두 자식을 잃었다. 이는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해 둘째 아들 찰리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집에 남다른 의미 이상의 집착을 보여준다. 그는 머릿속으로 찰리와 끊임없이 대화한다. 이는 죽은 아들에게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성을 그의 이름 뒤에 숨긴 뒤 감정과 끊임없이 갈등하는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감정에 치우치는 결정을 내릴수록 찰리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 많아지는 것에서 예측 가능하다. 그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국가에 무모하리만치 저항했던 모습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조금 속상한 점은, 저항을 통해 그가 얻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국가가 그가 입힌 피해를 금세 복구하는 모습을 통해 나는 큰 무력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는데. 물론 자신을 되찾을 기회도 있었다. 아내 메리와 우연히 알게 된 올리비아라는 여자는 바튼에게 심리상담과 정신과에 가보라는 조언을 했지만, 그는 따르지 않았다. 결국 그의 저항은 바튼 자신이 아닌 찰리를 위한, 그리고 국가와 국가의 불합리함에 순응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저항이 아닐까.  

 



 여담으로 '로드워크'에는 작가 '스티븐 킹'의 어린 시절이 담겨 있다. 현재 그는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장르문학의 거장이 되었지만 그전까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세탁 공장 인부와 건물 경비원 등을 전전해야 했다. 이는 세탁 공장의 관리자로 일하는 바튼 캐릭터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 듯하다.


 소설을 한 줄로 평하자면, '스토리의 구성과 시의성 면에선 훌륭하나 여성에 대한 성적인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 아쉬운 작품'이다. '로드워크'는 소설의 배경인 1970년대 미국의 모습이 틈틈이 녹아 있다. 베트남 전쟁, 아랍 국가들의 석유 수출 금지로 인한 에너지 위기(소설에선 언론 매체가 국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권고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가는 도로확장 공사를 시행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도청 장치 등 그 시대를 대표하는 사건들이 종종 등장하며 의미를 가진다. 문제는 여성의 성적인 묘사도 상세하게 표현된다는 점이다. 은행 여직원의 몸을 눈으로 훑으며 흥분하는 바튼의 모습을 볼 땐 솔직히 한 대 치고 싶었다. 간혹 부정적인 문장을 여성의 모습에 비유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 문제는 '로드워크' 뿐 아니라 모든 문학 작품이 풀어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


 우리도 이사를 해야 할 텐데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의 정체성은 어떻게 될까? 우린 낯선 집들로 북적이는 새로운 마을 한가운데에 뚝 떨어진 두 이방인이 되겠지. 그게 우리의 정체성이야. -p. 83
 지난 두 달 동안 그는 천천히(거의 기다시피 느릿느릿하게) 자신의 내면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탐색을 해보니 따분한 것도 있었고 끔찍하고 아름다운 것도 있었다. -p. 389



[참고 문헌]

지식백과, 스티븐 킹/1970년대 미국: 카터의 무능과 에너지 위기/워터게이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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