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인 무게는 가벼우나 그 본질은 꽤나 묵직한 책. 식물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식물 아글라오네마(영화 '레옹'에서 레옹이 항상 소중하게 가지고 다녔던 식물)와 그를 보살피는 동시에, 친구라 여기며 그에게 하소연을 늘어놓는 여자, 하소연. 둘의 교감은 연인 사이보다 애틋하였으며 나에게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남겨 주었다.
책을 읽으며 문득 얼마 전 SNS에서 보았던 재미있는 글이 떠올랐다. 어떤 사람이 무단횡단을 하는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것을 보았다며 이렇게 사람이 복잡하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인간만큼 비상식적이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며 입체적이고 복잡한 생명체는 아직까지 찾지 못한 것 같다. '원래 인생은 혼자다'라고 말하면서 애타게 연인을 찾고 친구를 사귀며 외로움에서 벗어나려 애를 쓴다. 상대의 비도덕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에 분노하면서도, 막상 자신이 그 상황에 놓이면 정의로운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인간은 가까운 이들의 아픔엔 진심 어린 눈물을 보이지만, 뉴스를 통해 나오는 아주 먼 이들의 아픔에는 그저 잠깐의 이슈로 여길 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이토록 인간은, 따뜻한 동시에 매정한 존재다. 선과 악이 모두 공존하는 존재다. 마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등장하는 '아브락사스'라는 신처럼 말이다. 이렇듯 명확한 경계가 없고 복잡하니, 스스로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본인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의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나조차도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데, 상대를 아는 것은 오죽할까. 그런데 이상한 점은 대부분의 인간들은, 나를 알아가는 시간보다 남들을 알아가는 시간에 곱절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순서가 뒤바뀌었다. 나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을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면서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상대를 배척하고 헐뜯으며, 상처를 주고받는다. 본인과 상대에게 한 없이 모진 말들을 쏟아낸다. 그 사람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나는 왜 그 말을 들을 정도로 한심한 걸까. 그래서 이런 나약한 생명체는 우정과 사랑이란 감정에 더욱 자신의 무게를 한껏 뉘이나 보다.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참 모순이 많은 생명체다.
김민준 작가의 책은 처음 접했는데 글의 표현력과 창의성이 대단히 감탄스러웠다. 어떻게 식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쓸 수 있는 걸까. 그것도 인간이 반할 만큼 멋진 식물로 말이다. 모든 글자가 명대사를 이루었다. 빗소리와 유독 잘 어울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