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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고운 Dec 23. 2021

택시 기사님의 자기 자랑 타임

집-> 기차역

기사님은 내가 타자마자 질문세례를 펼치셨다. 서울에서 지냈다가 온 거라 말씀드리니 대뜸 서울에 구가 몇 개 있냐 물으셨다. 나는 웃으며 오답을 제시했고 기사님은 웃으며 이번엔 서울에 국립공원이 몇 개냐고 물으셨다. '아, 오늘은 조용히 갈 수 없겠구나' 생각하며 2 이상의 숫자를 말씀드렸고, 기사님은 틀렸다며 북한산 국립공원 1개라 말씀하셨다. 물론 이건 서두에 불과했다.


이후 한강의 다리가 몇 개 있냐, 그럼 국내엔 다리가 몇 개 있을까로 넓혀가며 결국 북한까지 가기에 이르렀다. 나는 모두 정답에 빗나갔고 기사님은 나는 스물여섯이고 자신은 30년은 더 살았는데 까먹었냐며 호탕하게 웃으셨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나는 점차 기사님의 귀여운 자기 자랑 타임에 빠져들었다. 내가 살았던 지역 주변도 언급될 땐 신기함에 적극적인 학생처럼 질문도 드렸다.


간혹 택시 기사님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경험상 크게 세 종류의 대화 주제가 나온다. 첫 번째는 우리 자식이 어느 대학 나와서 대기업에 취직해 잘 고 잘 살고 있다는 자식농사 성공 썰. 두 번째는 지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데 정치인들은 블라블라 하시는 나라 걱정 썰. 세 번째는 주로 여행을 갈 때 나타나는데, 우리 지역엔 어디가 유명하고 맛집은 어디다 친절히 알려주시는 여행 가이드 썰.


이번엔 새로운 대화 주제가 나온 것 같다. 맞추기 어렵지만 상식인 듯한 질문을 끊임없이 내시는 백과사전 썰. 우린 함께 퀴즈를 내고 틀리며 수다를 떨었고, 금세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사님은 쿨하게 잘 가라며 떠나셨고 나는 은근한 여운이 남아 이렇게 글을 남겼다.


안녕하세요. 글고운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돌아왔죠ㅠㅠ 기다려주신 독자님과 작가님 모두 감사합니다. 무사히 토익 880점으로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요즘 저의 근황을 잠깐 알려드리면 소설 공모전 준비를 위해  몇 주 전 합평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하면서 단편 소설도 쓰는 게 쉽지 않구나 라는 걸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모임을 통해 다양한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난 하는 척만 하고 있는 거였구나 뼈저리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공모전 준비와 병행하면서 브런치에도 다양한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저 정말 열심히 살게요!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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