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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고운 Jan 31. 2021

You and I

We are celebrities.

 1월 27일, 아이유 정규 5집 중 'Celebrity'가 공개되었다. 유명인, 스타를 뜻하는 제목만 봐선 주로 아이유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라 예상되지만 이 노래의 주체는 바로 우리 모두를 향해 있다. 한 번의 재생이 1시간 연속 듣기로 이어지게 했던 건 역시나 아이유가 직접 쓴 'Celebrity'의 가사에 있었다. 수많은 블로그 게시물이나 유튜브 영상에선 주로 뮤비에 조금 더 치우쳐진 해석들이 많아 나는 오롯이 가사만으로 내 개인적인 경험을 곁들여 감상평을 적어보기로 다. 그러니 앞으로 보여드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임을 밝힌다.


세상의 모서리

구부정하게 커버린

골칫거리 outsider


걸음걸이, 옷차림,

이어폰 너머 play list

음악까지 다 minor


 모든 사람은 보편성만 가진 채로 살아가지 않는다. 누구나 타인이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독특한 모습을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독특함이 유독 더욱 반짝이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이들에게 그다지 좋은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는 것들을 좋아하고 남들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간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사회에서 그들을 모서리몰아넣으며 별난 사람, 아웃사이더라 칭한다. 나 또한 그곳에 속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였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생각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수의 이목을 받으며 발표를 할 때는 앞에 서 있는 내가 참 보잘것없는 존재로 느껴졌다. 또 작은 일에도 쉽게 눈물을 보여서 어릴 적부터 놀림을 받거나 화가 나면 눈물샘이 먼저 반응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나로선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이런 학교 생활에 큰 애정이 없었다. 대학교에 올라와서도 혼자 카페에서 공부하고 혼자 밥을 먹는 나를 친구들은 신기하게 생각했다. 이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사회에 나온 지금, 직장에서 퇴근하기 전까진 스스로 보편성에 조금 굴복하여 나를 어느 정도 감추게 되었다.


넌 모르지

떨군 고개 위

환한 빛 조명이

어딜 비추는지


느려도 좋으니

결국 알게 되길


The one and only

You are my celebrity


 이 노랫말로 글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 글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지 새삼스럽게 다시금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 다수의 눈치를 보며 억지로 내 성향을 억누른 채 보편성에 굴복했던 나의 지난 날들. 그 시절의 난 주눅 든 모습 위로 얼마나 환한 빛이 내리쬐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아티스트 '이지은' 덕분에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못했던 과거를 치유받을 수 있었다. 20대 중반이 되면서 이런 좋은 글들을 자주 접하며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조금 별난 부분이 별처럼 반짝이는 보석이란 걸 늦게나마 알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 날이 오면 스스로에게 말해 보자. 난 유일한, 단 하나의 스타, 'Celebrity'라고.


잊지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


 아이유는 조금 다른 우리를 바닥의 구석으로 몰아넣는 대신, 왼손으로 하늘을 향해 별을 그리며 이게 우리라고 말해준다. 왼손으로 그린 별은 조금 삐뚤빼뚤하지만 그래서 개성 있고 아름답다. 사실 나는 왼손잡이라 저 문장의 숨겨진 의미를 바로 이해하진 못했다. 나는 왼손보다 오른손으로 그린 별이 오히려 더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왼손잡이 기준으로 이해했을 때 억지로 오른손잡이로 바꿀 필요가 없는, 그 자체로 유일한 아름다운 개성이 될 수 있다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쳐버린 표정 마치

전원을 꺼놓은 듯이

심장소린 too quiet


네가 가진 반짝거림,

상상력, identity

까지 모조리 diet


 2절이 시작되면서 아이유는 별난 사람으로 불리는 우리의 마음을 또다시 대변해준다. 사회에 발을 디딘 지 채 1년도 되지 않던 시절, 나에게 너무도 빨리 번아웃이 찾아왔다. 일을 하는 내내 회의감이 몰려왔다. 내가 이 곳에 다니기 위해 그토록 많은 공을 들이고 시간을 희생했던 걸까. 그때는 일 자체가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다른 동료들과 두루두루 잘 어울리고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싹싹하게 행동하는 것을 유독 못하는 나에게 사회생활 자체가 나를 지치게 하는 요소였던 것 같다. 이젠 조금 적응이 되었지만 신입 시절의 난 직장에서 가면을 쓰느라 모든 에너지를 다 써버렸기 때문에 퇴근하고 나서도 여가를 잘 즐기지 못해 일상의 악순환을 반복했다. 내 정체성을 갉아먹는 순간들이었다.


넌 모르지

아직 못다 핀

널 위해 쓰여진

오래된 사랑시


해매도 좋으니

웃음 짓게 되길


 아이유의 미니 5집 'Love poem'이 떠오른다. 팬들을 향한 그녀의 애틋한 마음은 또 다른 사랑 시, 'Celebrity'에서마저 너무도 잘 가닿았다. 또한 그녀는 지금 당장 자신이 '별'처럼 느껴지지 않아도 좋으니 헤매는 와중에도 웃음 짓는 순간들이 많을 거라며 현재의 불안한 이들을 감싸 안으며 안심시킨다.


발자국마다 이어진 별자리

그 서투른 걸음이 새겨놓은 밑그림


오롯이 너를 만나러 가는 길

그리로 가면 돼 점선을 따라


 발자국마다 이어진 별자리는 그동안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엉뚱하고 독특한 부분들을 의미한다. 고르지 않고 들쭉날쭉한 이 걸음들이 모여 내 인생의 밑그림이 되고 결국 그것이 나만의 뚜렷한 정체성을 만들어 준다. 아이유는 팬들에게 말한다. 보편성을 추구하는 타인들을 바라보며 내가 애써 그려놓은 점선들을 벗어나 맞지 않는 밑그림을 억지로 다시 그릴 필요가 없다고.


잊지마 이 오랜 겨울 사이

언 틈으로 피울 꽃 하나


보이니 하루 뒤 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말야


You are my celebrity


 물론 오롯이 나만 바라보며 가는 이 길은 절대 평탄하지만은 않다.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에 또다시 상처를 받을 수도, 정말 이 길을 믿고 가도 괜찮은지 자신을 계속해서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밑그림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알록달록 색칠을 하다 보면 어느새 멋진 그림 하나가 완성될 것이다. 그렇게 당신은 마침내 'Celebrity'가 될 것이다.


 반복되는 가사는 추가로 언급하지 않았다. 글을 쓰며 노래를 여러 번 듣다 보니 아이유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더욱 잘 알게 되었다. 사실 아이유가 이 곡을 쓰게 된 이유가 조금 특별한 친구에게 있었는데, 이는 그녀의 앨범 소개글에 잘 나와 있으니 나는 이를 소개함으로써 오늘의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시선을 끄는 차림과 조금 독특한 취향, 다양한 재능, 낯가림에서 비롯된 방어기제, 매사에 호오가 분명한 성격 등으로 인해 종종 별난 사람 취급을 받아온 친구가 있다.  친구의 그런 특징들 때문에 나는 더욱 그 애를 사랑하는데, 본인은 같은 이유로 그동안 미움의 눈초리를 더 많이 받으며 살아왔다고 했다. 나의 ‘별난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적으며 시작했던 가삿말이었지만 작업을 하다 보니 점점 이건 나의 얘기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다. 가사를 완성하고 나니 내 친구나 나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를 주인공에 대입시켜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내가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소외감을 느껴본 적이 있을 테니까. 내 친구를 포함해 투박하고도 유일하게 태어난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은 별난 사람이 아니라 별 같은 사람이라고."


 결국 우리 모두가 조금씩 다른 매력을 품은 'Celebrity'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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