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히야Heeya Nov 20. 2021

그렇게 악착같이 돈 모아서 뭐하게?

  작년까지 지긋지긋했던 학자금 대출을 겨우 다 갚고 올해 초부터 돈을 모으고 있다. 월급쟁이에게 들어오는 돈은 한정되어 있으니 최대한 나가는 돈을 줄여야 했다. 평일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집에 있는 반찬들을 싸다가 회사 냉장고에 넣어놓고 집에서 매일 밥만 가지고 가서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다. 커피값을 아끼기 위해 회사에 있는 커피 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뽑아 마트에서 사다 놓은 우유에 타서 카페라테를 만들어 먹는다. 이렇게 매일 평일 점심값, 커피값을 아끼면 한 달에 25~30만 원을 더 모을 수 있다. 교통비는 버스 탈 일 없고 지하철로만 출퇴근하는지라 한 달 지하철 정기승차권 5만 5천 원짜리를 쓴다. 정기승차권을 쓰면 소득공제도 되고, 그냥 교통카드 쓰는 것보다 한 달에 대략 2만 원은 아낀다. 인터넷 쇼핑은 쇼핑몰 들락날락하던 습관을 끊고 나니 살 일도 없게 되었다. 사놓고 쓰지 않던 물건들은 당근 마켓에 팔았고, 꼭 필요한 게 있으면 당근 마켓에서 저렴하게 산다. 보험료, 통신비 빼고 매달 내가 정해놓은 카드값 최대한도를 넘지 않게 돈을 쓴다. 가끔 넘을 때가 있는데 그러면 그다음 달은 그만큼 조금 더 아낀다. 그래서 어디 여행 갔다 온 달이 아닌 이상 카드값도 거의 일정하다. 평소에 돈 쓸 때도 자꾸만 조금 더 가성비 좋은 것을 찾게 되고, 이게 꼭 사야 할 필요가 있는지를 여러 번 고민하고 살지 말지를 결정한다. 한 1년 정도 이렇게 하니 이것도 습관이 되었다. 


  이런  나를 보며 한 친구는 안타깝다는 듯 물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돈 모아서 뭐 하게?"라고. 친구의 의도는 "가끔은 좀 먹고 싶은 것도 사 먹고, 사고 싶은 옷도 좀 사고해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는 문득, "맞아! 나 왜 이렇게 열심히 돈을 모으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었다. 돈으로 할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고, 나도 돈이 많이 생기면 사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독립도 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가끔 비싼 옷이나 가방도 사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돈을 쓰려고 돈을 모으는 건가?' 하면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먼저, 저 질문의 "악착같이"에 초점을 맞춰 대답해보면 나는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있지는 않다. 내 생각에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열심히 하는 정도인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무리하게 돈을 아끼려고 하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다 보면 뭐든 다 돈으로 보이고,  돈이 되지 않는 일들은 눈에 보이지 않게 되고, 겨우 한두 푼에도 집착하게 되고, 꼭 써야 할 필요가 있는 곳에 돈 쓰는 것까지도 망설이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딱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만 열심히 하려고 할 뿐이다.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보다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예쁜 카페 같은 데 가서 밥값보다 비싼 디저트와 커피를 즐기기도 한다. 나는 달달한 걸 좋아하니까 비싼 밥 먹는 것보다 비싼 디저트 먹는 게 나에겐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밥을 사주거나 선물을 주는데 쓰는 돈도 아깝지 않다. 그 돈보다 훨씬 가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거니까. 힘들게 번 돈이니까 기분 좋게 쓰고 싶을 뿐이다. 


  돈을 모아서 '뭐'에다 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돈 때문에 불행할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건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불행해지기 쉬우니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불행한 일이 앞으로 여러 번 닥치겠지만 그럴 때마다 조금 더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기 위한 수단으로써 돈이 필요하다. 친구의 지인은 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홀로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고 모아둔 돈도 없고 벌이도 변변치 않아 남들 하는 만큼의 장례식조차 제대로 치를 수 없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힘든 순간까지도 돈 때문에 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불행한 일이 닥쳐오는 것은 막을 수없지만, 돈이 없어서 불행에 불행이 더해지진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마음의 여유는 금전적 여유와 어느 정도 비례한다. 금전적 여유가 있을 때 마음을 좀 더 긍정적으로 먹고 불행한 일을 헤쳐나갈 수 있다. 언제까지 얼마를 모아야겠다는 대략적인 계획은 있지만 그 숫자에 집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얼마를 모았다는 뿌듯함과 든든함이 필요한 것이지 숫자는 숫자일 뿐이니까. 돈은 수단일 뿐이지 목표가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하고 싶은 상대의 조건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