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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쓴 Mar 21. 2022

출퇴근길 지하철에서의 상념

  지하철 안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게임도 유튜브도 SNS도 하지 않는 나는 사실 스마트 폰으로 별로 할 게 없다. 내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보통 브런치 글 읽는 시간이 가장 많다. 그 외에는 전자책을 읽거나 그냥 피곤해서 눈을 감고 서있는다.

  어느 날 문득,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다가 잠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봤는데,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자세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에 잠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로 꽉 찬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 폰을 보고 있지 않은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한 5초 정도 주변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 5초 동안 모든 사람들이 미동도 없이 똑같은 자세로 스마트 폰을 보고 있으면서 고요한 정적만이 흘렀다. 가끔 사람들이 폰을 잡고 있는 손의 손가락만 살짝살짝 움직일 뿐. 그건 마치 영화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초능력자의 주변 풍경이 슬로모션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장면이었다.

  그때 지하철은 한강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집은 강북, 회사는 강남이라 늘 지하철로 한강을 지나간다.) 내 시선은 일시정지 버튼이 눌러져 있는 것 같은 사람들에게서 창 바깥 풍경으로 넘어갔다. 나는 지하철에서 한강 위를 지나갈 때는 늘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내 평범한 일상에서 하루 1~2분 정도의 평온함을 갖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기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시 잠시 시선을 사람들에게로 돌렸을 때 여전히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잠시 한강 풍경을 바라볼 때 느낌은 마치 나 혼자 외국 여행 갔었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인도 바라나시 강가에 앉아 혼자 갠지스강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을 때. 미국 뉴욕의 바쁜 사람들 틈 사이에서 나 혼자 가만히 길거리에 서 있었을 때. 세상에 나 혼자 뿐인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외롭다기보단 평온한 듯 묘한 느낌.

  유튜브를 보거나, 신문기사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어찌 됐든 스마트폰 속에서는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그런 와중에 가끔 먼 풍경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하루 24시간 중에  1~2분, 나 혼자 여행 온 것처럼 느끼면서 일상에 무뎌진 마음을 충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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