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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쓴 Mar 03. 2022

꾸준하게 할 수 있는 힘

  딱히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지금 와서 보니 나는 오랫동안 꾸준히 해온 게 꽤 있다. 대략적으로 복싱 8년, 피아노 1년, 독서 14년, 브런치 글쓰기 3년, 이제 시작한 지 6개월쯤 돼가는 주식투자. 다른 것에 비해서 아직 한지 얼마 안 된 피아노와 주식투자는 꾸준히 하기 위해서 늘 스스로 다짐하는 게 있다. 바로 "너무 욕심부리지 말자는 것"이다. 피아노는 배우기 오래 걸리는 악기다. 빨리 잘 쳐야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나니 그냥 꾸준히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주식투자는 특히 욕심부리기 쉬운 분야다. 대박 나서 엄청난 수익을 거둘 욕심은 전혀 없고, 공부하고 경험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하려고 하고 있다.

  내 생각에 꾸준히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는 처음부터 욕심부리지 않는 것이다. 무엇이든 "나 이거 좀 해"라고 할 수 있기 위해선 길들여지기 위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처음부터 잘하려고 욕심부리면 금방 지치고 포기하게 된다. 처음부터 잘 된다고 해도 문제다. 처음치고 잘하는 모습에 자만하게 되고, 자만하면 큰 실수를 하거나 금방 질리거나 하게 된다.

  처음부터 잘해야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나면 다음 단계는 강제적으로라도 "습관"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책에서 어떤 연구 결과를 봤는데 최소 66일 이상은 그걸 해야 습관이 형성된다고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최소 3개월 이상, 좀 안정적으로는 6개월 이상이 습관이 형성되기에 좋은 것 같다. 습관이 형성되는 그 기간 동안은 일주일에 몇 번,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시간을 정해놓고 규칙적으로 한다. 그러면 그다음부터는 습관이 돼서 그걸 저절로 하게 된다.

  습관이 되고 나서 몇 달이 지나면 이제 "재미"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온다. 처음에는 그냥 습관처럼 억지로라도 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재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재미"를 느끼는 단계에 오면, 그다음부터는 누가 하지 말라 해도 계속하게 된다. 어떤 사정이 생겨서 그걸 못하게 되면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기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그렇다. 이것저것 바쁜 나날에 몇 달간 브런치에 글을 못 올리면, 어느 순간 "아.. 글 쓰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든다.

  뭘 하든 일단 1년 정도 동안 꾸준히 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꾸준히 하기가 수월해진다. 다만, 그렇게 꾸준히 하더라도 어느 순간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슬럼프 같은 시기가 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순간을 이겨 낼 때마다 실력이 상승한다는 걸 느꼈다.

  운동은 꾸준히 하는 게 좋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선지 복싱 오래 했다고 하면 그거 해서 뭐하냐?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독서나 피아노 같은 것들은 "그거 해서 뭐해? 돈 나오는 것도 아닌데"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내가 오래 해온 것들은 순전히 "재미"있어서 하는 거다. 돈을 벌기 위한 거였으면 오래 못했을 것이다. (어차피 돈벌기 위해서 하는 본업은 따로 있다.) 굳이 눈에 보이는 걸 따지자면 복싱은 대회 몇 번 나가서 받은 상장이 있고, 독서로 얻은 자잘한 공모전 당선이 있긴 하다. 이건 그냥 원래 재미있어서 하는 거에 재미를 잠깐 더해줄 뿐이다. 그러니 꾸준히 해온 것들을 언제 그만두게 될지 또한 재미가 없어지는 순간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

  그리고 꾸준히 해 온 걸로 내가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나 스스로 성장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몇 년의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이 바뀌었냐 하면 겉모습만 더 나이 들었을 뿐,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많은 부를 이룬 것도 아니고, 사회적 성공을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꾸준하게 해온 것들에서 내가 내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2년 전쯤 쓴 글에서 나는 내가 "좋아서 하는 게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썼었다. 거기에 가까워진 것 같아서 설레고, 또 아직도 좋아서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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