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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쓴 Dec 10. 2022

그냥 한다. 되든 안되든.

  오래전에 누군가 나에게 "읽으면 돈이 나와?(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책을 그렇게 많이 읽어서 뭐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읽으면 나오는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독후감 공모전과 한국독서능력검정시험에서 상금을 타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뭔가 취미가 대단하다(?)는 보여줘야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내 취미는 삶을 재밌고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 하는 것이니, 보여주기 식으로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내 취미는 '독서, 피아노, 복싱, 글쓰기'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순서대로)이다. 다 오랫동안 해온 취미들이지만 다 완벽하게 잘하진 못한다. 가장 오랫동안 해온 취미인 독서의 경우,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나 많은데 진도가 안 나갈 때 좀 스트레스를 받는다. 복싱은 샌드백이 시원스럽게 잘 안쳐질 때, 체력이 안 따라와 주는 것 같다고 느낄 때. 피아노는 똑같은 곡을 메트로놈 틀어놓고 계속 반복해서 치는데 계속 박자가 안 맞을 때, 손이 자연스럽게 안 움직일 때. 브런치 글쓰기는 글감은 쌓여있는데 깔끔하게 정리가 안될 때, 새로운 글감이 안 떠오를 때. 이렇듯 좋아서 하는 취미에도 나름의 고충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 고충을 이겨내는 재미에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음처럼 잘 안돼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뿌듯함을 느낄 때도 있고, 재미를 느낄 때도 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정해진 시간 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안 하면 허전하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나름 취미가 많은 편이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취미들이 더 많다. 내 삶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앞으로도 나는 내 소중한 취미들을 계속할 것이다. 더 많은 취미들을 만들어 갈 것이다. 잘하든 못하든, 되든 안되든, 누가 뭐라 하든 말든. 

 



  피아노를 배운 지 이제 2년이 되었다. 2년쯤 되면 꽤 잘 치게 될 줄 알았는데 나는 아직도 그다지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한다. 누군가 나에게 "2년이나 했는데 아직도 못 쳐?"라고 했던 말에 좀 상처받기도 했지만 이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취미인데 다른 사람들의 말에, 늘지 않는 실력에 자꾸 신경 쓰다 보면 스트레스만 받고 오히려 포기하고 싶어 진다. 그래서 그냥 한다. 


  내가 피아노를 지금처럼 몇 년 더 연습한 후에 실력이 수준급이 될지, 아니면 그 후에도 그저 그럭저럭 치는 수준에 머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실력이 늘어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원하는 만큼으로 하고 있을 모습을 발견할 있을 것이다. 단지 그게 언제가 될지를 모를 뿐이다. 그날을 상상하면서 그냥 한다.



피아노 배운 지 2주년 기념 영상

얼핏 보면 좀 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중간중간 버퍼링이 걸리고 삑사리도 좀 난다. 전문가가 보면 박자도 잘 안 맞고 손 모양도 어색할 것이다. 그래도 이제 나 스스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는 된다.


  나는 음악적인 재능이 없다. 하지만 꾸준히 연습하는 것은 할 수 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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