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수영의 묘미

by 놀쓴

여름까지는 알람 없이 아침햇살에 일찍 일어났는데, 아침 해가 늦게 뜨기 시작하면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가 힘들어졌다. 6시 전에 일어나던 게 6시 반으로 점차 늦춰지더니 거의 7시 넘어서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출근 전 나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게 큰 즐거움이었는데, 출근 전 루틴이 점차 망가졌다. 장난처럼 말하곤 하는데 나는 겨울만 되면 곰이 되는 것 같다. 겨울잠 자는 곰처럼 겨울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도 힘들고 잠이 많아진다. 한번 잠들면 중간에 한 번도 안 깨고 거의 9시간을 잔다. 물론 잠을 오랫동안 푹 잘 자는 것은 좋지만, 출근 전 새벽 아침의 소중한 시간을 잠자는 데만 쓰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시끄러운 알람 소리 들으며 일어나긴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게 되었다.


람을 맞춰놓고 일어나도 9월에 이상하게 비도 많이 오고 해서 아침 달리기를 많이 못 했다. 9월 한 달간 달리기 하러 나간 게 10번도 안 되는 듯하다. 근래 몸이 좀 무거워진 느낌이 들어 살이 조금 쪘나 보네 했는데, 얼마 전 사우나 갔다가 체중계를 재보니 독립 후에 4킬로그램이 쪘다. 10년 넘게 같은 몸무게를 유지해 온 터라 몇 개월 만에 4킬로가 쪘다는 건 정말 많이 찐 것이다. 오랫동안 해온 복싱을 독립 후에는 그만두게 되었고, 매일 혼자서 저녁밥을 야무지게 잘 챙겨 먹은 덕분인듯하다.



계속 밖에서 혼자 달리기 하기에는 날씨 영향도 많이 받고 늘어지는 것 같아 운동하러 다닐 수 있는 곳들을 알아봤다. 내가 가장 재밌어하는 복싱을 하고 싶었지만, 집 근처 체육관들은 대부분 비쌌고 아침일찍이나 밤늦게까지 하는 체육관이 없었다. 다른 운동 뭘 할까 이것저것 살펴봤다. 원체 뻣뻣한 몸뚱이의 소유자인 나에게 요가나 필라테스는 탈락. 몸 만드는데 관심 없고 가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헬스도 탈락. 그러던 중 내 눈에 띈 것이 바로 수영이었다. 마침 구청의 체육센터가 가까웠고 지하에 수영장이 있는데 가격도 매우 저렴했다.


벽 수영반은 6시, 7시 타임이 있다. 6시 강습을 끊을까 하다가 5시 반에 일어날 자신은 없어서 6시 반에 일어나면 되는 7시 강습으로 하기로 했다. 겨우 한 달 해서는 뭐 배울 수 있는 것도 없으니 할인도 해주는 3개월치를 등록했다. 역시 생각난 김에 질러야 한다. "뭔가 하고 싶다 -> 일단 돈을 지른다 -> 꾸준히 하게 된다." 이게 내가 뭔가 새로운 걸 꾸준히 배우는 비법(?)이다.


그렇게 10월 첫 주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첫날은 혼자 유아풀에서 호흡 연습, 발차기 연습만 하느라 뭐 하는 거지? 했는데 그다음부터는 다른 분들과 함께 레일 있는데서 할 수 있었다. 나름 체력 좋다고 자부하던 나였는데, 몇 달 운동 제대로 안 하다가 하니까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았다. 겨우 한 바퀴 돌고도 숨차서 헉헉거리다니.. 이제 수영 배운 지 3주 차 소감은 힘들지만 그래도 '재밌다'이다. 운동은 재밌지 않으면 못한다. 재미없는데 억지로 다녀야 하는 것은 회사 하나면 충분하니까.


근 전 아침 시간에 할 수 있는 운동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수영을 추천해 주고 싶다. 서울의 각 구마다 수영시설 있는 센터가 대부분 있어서 저렴하게 할 수 있다. 또 아침 공복에 운동하는 게 운동효과가 가장 좋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고 샤워하면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수영의 운동강도도 꽤 높다.



내 수영장 레일은 수강생들 수준별로 초급, 중급, 상급, 고급 줄로 나뉜다. 나는 초급줄에서 귀여운 발장구를 치면서 가끔 저 멀리 고급줄에서 멋지게 수영하시는 분들을 부럽게 바라본다. 수영 3주 차 수린이는 벌써부터 고급 줄에서 멋지게 수영하고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이제 물놀이 가면 발 안 닿는 곳에서도 튜브 없이 놀 수 있겠다는 상상도 하고, 그렇게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새벽 수영을 다니고 있다.


상 '나는 수영 못해'라고만 했었는데 이제 (아직 왕초보라 몇 달 더 열심히 배워야겠지만) '수영 좀 할 줄 알아'라고 할 수 있다. 전혀 할 줄 모르던 것을 조금이라도 할 줄 알게 되었다는 건 그 자체로 꽤 뿌듯한 일이다.


이제 바닷가나 수영장 놀러 갈 때 꼭 물안경 가지고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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