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현재 세분의 선생님이 계신다. 수영 선생님, 피아노 선생님, 제과제빵 선생님. 평일 출근 전 수영 선생님께 수영을 배우고, 평일 퇴근 후에는 피아노 선생님께 피아노를 배우고, 토요일 오전에는 제과제빵 선생님께 디저트 만드는 걸 배우고 있다.
수영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시는 모습을 볼 때면 인어공주를 보는 것 같다. (남자 선생님이시다.) 물속에서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인어공주처럼 우아해 보여서다. 마치 땅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라 물속에서 사는 사람 같달까. 수영을 못하거나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물속에서 어색해 보이는데, 선생님은 물속에서 있는 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시범을 보고 나면 이해는 금방 된다. 저렇게 하는 거구나!!!
근데 내가 하면 선생님처럼 우아한 수영이 아니라, 그냥 물속에서 물버둥 치고 있는 꼴이 된다. 어푸어푸. 켁켁. (선생님은 분명 쉽게 하신 거 같은데?! 분명 설명해 주신 대로 한 거 같은데?!)
피아노 학원에서 뉴에이지 곡 중에 치고 싶은 곡을 하나씩 골라서 연습하는데, 미스터치를 최대한 줄이며 치는 게 오래 걸린다. (그런 경우도 거의 없지만) 음을 하나도 안 틀리고 악보대로 정확히 쳐도 문제가 있다. 음악에 '감정'이 안 실린다는 것이다. 그럴 땐 피아노 선생님이 시범연주를 보여주신다. 선생님이 치는 연주를 들으면 마치 관객이 된 것처럼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에 푹 빠져들어간다. 분명 나와 같은 곡을 같은 피아노로 치시는데 어쩜 저렇게 풍성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나지?!
내가 치면 뚱당뚱당 건반 두드리는 피아노라는 악기의'소리'만 난다. 나도 악기 소리 말고 피아노의 '선율'을 내고 싶다.. 선생님이 이 부분은 이렇게 힘 빼고 치고 이 부분에서 강조하듯 치고, 감정이 고조되게 점점 크게 치고!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해주신다. 설명만 들으면 '아하!' 하는데 막상 치면 또 뚱당뚱당.....
제과제빵 선생님은 손놀림(?)이 예술이시다. 생활의 달인에 나올법한 손놀림이랄까? 쿠키 반죽을 패닝 할 때 일정한 간격에 일정한 모양을 순식간에 만들어 내시고, 케이크에 생크림 바를 때는 마치 하나의 조각 작품이 만들어지듯 금세 바로 시중에 나오는 예쁜 케이크가 완성된다. 손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흐트러짐이 없다. 넋 놓고 보고 있으면 '우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선생님의 시범을 보고 나서 바로 내가 해보는데, 선생님이 하실 때는 너무 쉽고 빠르게 되던 게 내가 하면 절대로 그렇게 안된다. 쿠키 모양 하나하나 일정하게 만드는 것도 당연히 안되고, 반죽과 크림을 여기저기 흘리고 있다. 뒤죽박죽한 모양의 내 작품.. 그냥 내 입속으로만 들어간다. (간단한 건데 왜 간단하게 되지를 않니..)
선생님들한테 공통적으로 듣는 말은 "좀 부드럽게 하세요"이다. 수영할 때 힘주지 말고 부드럽게 천천히. 피아노 칠 때도 쾅쾅 내리치지 말고 부드~럽게. 케이크 생크림 바를 때도 힘 빼고 부드럽게~ (선생님.. 그거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말을 안 들어요..)
선생님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하시니 볼 때는 쉬워 보인다. 거기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선생님들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면, 나도 금방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쉬워 보여도 막상 내가 하면 어렵다. 근데 또 그걸 금방 잊고 나도 쉽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착각하곤 한다. 이래서 뭐든 직접 해봐야 안다는 것인가. 선생님들을 보니 어려운 걸 쉽게 하는 게 능력인 것 같다. 오랜 시간 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고, 자연스럽게 하니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제과제빵 선생님은 경력이 거의 30년, 피아노 선생님은 40년 이상은 되실 듯하고, 수영 선생님도 아마 못해도 경력 10년 이상은 되시는 듯하다. 그러니까 전문가이고 직업으로 먹고살면서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는 거겠지. 선생님들을 보면서 한참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나도 언젠가 저렇게 자연스러운데 멋있게 하고 싶다는 꿈을 꾼다. 과외로 중고등학생들 가르칠 때 느꼈던 건, 잘하든 못하든 열심히 하려는 학생한테 잘 가르쳐 주고 싶어 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비록 잘하진 못하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 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