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있던 반려식물들을 월동준비로 작년 10월 말부터 실내로 들여놓았다. 실내로 들여놓은 후 물은 내가 매일 저녁마다 주고, 햇빛은 식물등으로, 바람은 선풍기로 대체했다. 그런데 시들거나 아프거나 하는 건 아닌데, 겨울 내내 얼음 상태였다. 자라지도 않고 시들지도 않고 계속 그 상태 그대로인 것이었다. 베란다에서 키울 때는 거의 매일 보았던 새잎들을 볼 수가 없었다. 식물들도 겨울잠을 자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며칠 전, 물을 주려고 화분을 화장실로 옮기다가 깜짝 놀랐다. 무려 3달 만에 한 아이가 영롱한 연두색 새잎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내가 식물을 보고 이런 말 할 줄은 몰랐는데, 정말 기특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초보식집사네 집에 와서 거의 1년 가까이 이렇게 잘 자라는 걸 보니 나 스스로도 뿌듯했다.
이 아이들이 드디어 긴 겨울잠을 끝내고 봄맞이 준비를 하는가 보다. 그런데 항상 실내 온도를 20~23도로 유지했는데, 얘가 어떻게 봄이 오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걸까?
반려식물이 새 잎을 낸 것을 보고 난 이후, 나도 요즘 부쩍 '봄이 곧 오겠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요즘 해가 지는 시간은 늦어지고, 아침해 뜨는 시간도 좀 빨라졌다는 게 느껴진다. 겨울 동안은 해가 짧아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힘들었는데, 이제 해가 빨리 뜨기 시작하면 새벽 일찍 일어나기가 더 수월해질 것이다.
나의 반려 식물들도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으니, 나도 이제 곧 다가올 봄맞이 준비를 해야겠다.
3월부터는 지금 하고 있는 새벽 수영을 7시 타임에서 6시 타임으로 바꾸려고 한다. 그러면 새벽 5시 반에는 일어나야 한다. 수영을 안 가는 날에는 독립 후 했던 것처럼 다시 새벽 러닝을 시작해야지. 그리고 약 세 달간 연습해서 5, 6월 즈음 정말 오랜만에 마라톤 하프코스를 도전할 생각이다. 20대 후반에 처음 하프코스 완주했을 때만큼의 기록은 당연히 안 나오겠지만, 그래도 한번 해봐야지!
꽃이 피는 완연한 봄이 오면 등산도 가고 오랜만에 꽃 시장 구경도 가야겠다. 일찍 일어나는 새벽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보낼까 연구 중이다. 또 3월엔 내가 좋아하는 생크림 케이크를 사다가 독립 1주년 기념 파티도 해야지. 글쓰기 모임도 진행해 보려고 하는데 이건 사람이 잘 안 모여서 아직 못하고 있다. 다음 달 즈음엔 할 수 있으려나.
작년 3월에 독립을 해서 봄을 맘껏 누려서 그런지, 봄은 설레는 새로운 시작을 느끼게 한다. 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되었다.
봄을 활기차게 잘 즐겨야, 다시 올 겨울도 잘 맞이할 수 있겠지. 겨우내 봄이 오기만을 목 빠져라 기다렸는데, 봄이 오면 뭘 할지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느라 바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