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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쓴 Oct 29. 2024

무서워하던 것 도전해 보기

2종소형면허를 딴 이유

  엄마는 면허가 없으시다. 몇 년 있으면 면허 반납해야 할 나이인데 이제 와서 뭐 하러 면허를 따냐고 하신다. 그런데 내가 가끔 필요할 때 운전해서 태워다 드리면 "아이고~이렇게 운전을 할 줄 알아야 빠릿빠릿하게 여기저기 다닐 수 있는 것인데..! 운전을 못하니까 혼자 못 가고 꼭 누구한테 태워다 달라해야 해서 불편해."라고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신다. 물론 저렇게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시는 이유는 안다.


  매일 운전할 일 있는 게 아니고서야 운전 못한다고 사는데 지장이 전혀 없다. 운전 안 해도 사는데 지장 없는데 굳이..? 사고 날까 봐 무서운 운전을 뭐 하러 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엄마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조차도 "운전 안 해도 딱히 불편한 점 없어서 면허 따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라며 면허를 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운전을 할 줄 알게 되고 나면 다시 운전을 안 하는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운전할 줄 알면 편해지기 때문이다. 일단 편해진 상태에서 다시 불편해지는 상태로 갈 수는 없지만, 운전을 못하는 사람은 불편한 게 불편한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운전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는 말은 핑계다. 운전에 익숙해지기까지의 무서움, 어려움, 노력 등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왕초보 시절엔 운전이 너무너무 무서웠다. 갑자기 뒤에서 경적을 크게 울리는 차들이며, 빠른 속도로 내 옆을 쌩쌩 지나쳐가는 차들이며, 갑자기 끼어들기하는 차들이며, 눈 깜짝할 새 사고 날까 봐 덜덜 떨었다. 운전 안 하면 이런 무서움을 안 느껴도 되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싶었다. 나는 옆에서 계속 꾸준히 가르쳐 줄 사람이 없어서 더욱 그랬다.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혼자 연습해야 했다. 역시 시간이 지나 익숙해졌고, 당연히 이제는 별거 아닌 일이 되었다. 하고 나면 별거 아닌 건 머리로는 알지만 역시 처음에는 무서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무서워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눈에 띈 것이 이번에는 '2종 소형 바이크 면허'였다. 현재 2종 보통 면허가 있고 차를 운전할 줄 알지만, 차 운전을 할 줄 알고 나니 바이크도 한번 제대로 운전해 보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 차 운전보다 더 무서운 게 바로 바이크 운전이니까. 바이크를 잘 타면 동남아 여행 가서도 바이크 대여해서 타고 다녀도 되니 너무 편할 것 같았다. 스쿠터조차 타본 적 없는 터라 아직 2종 소형면허까지 필요는 없지만 나중을 대비해 미리 따놓기로 했다.


  2종 소형면허에 대해 알아보니 운전면허학원 가면 이론교육 3시간, 연습 시간 10시간을 무조건 해야 했고 가격은 대략 50만 원 정도 들었다. 그런데 사설 연습장에서 개인적으로 연습하면 이론교육 안 받아도 되고 원하는 시간만큼만 학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연습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나는 '시험은 무조건 시간과 돈 아끼는 게 최고!'란 마인드라 바로 사설 연습장을 알아봤다. 스쿠터도 안 타봤지만 오랫동안 운동해 온 운동신경이 있어서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연습장에 그날 처음 온 여자가 나 포함 3명이었는데, 두 분은 계속 비틀거리고 넘어지고 시동 꺼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나는 처음 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넘어지지도 않고 뱅글뱅글 잘 돌았다. 연습장 사장님이 처음인데 너무 잘하신다고 바로 합격하시겠다고 무한 칭찬해 주셔서 어깨 뽕이 힘껏 올라갔다.


  블로그, 카페, 유튜브에서 2종 소형면허 관련한 모든 후기들을 거의 다 찾아봤었다. 그리고 대부분 첫 코스인 '굴절 코스'에서 다 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굴절 코스만 계속 연습했다. 그런데 실제 시험장에 가서 다른 사람들 시험 보는 걸 보니 불합격하는 사람들은 그 유형이 꽤 다양했다. 제일 어렵다는 굴절 코스를 통과하고도 제일 쉬운 코스에서 어이없게 떨어지는 사람, 첫 스타트에 잠깐 실수해서 어어~? 하다 떨어지는 사람도 꽤 많았다. 나는 첫 시험에서 굴절 코스에서 한번 탈선하고 직선(좁은 길 코스)에서 한번 탈선해서 떨어졌다. 그리고 나와 똑같은 방식으로 떨어진 사람을 보면서 역시 나만 그런 건 아니었어하면서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첫 도전에서 불합격하고 다시 연습하고 또 도전했는데 2번째에도 3번째에도 어이없게 5초 만에 떨어졌다. 연습 때는 잘 됐었는데 시험장만 가면 긴장해서 계속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것이었다. 실전에서는 딱 한 번의 실수만 용납되니까 더 긴장이 되고, 긴장하니까 몸이 굳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2종 보통이면 어깨 힘 좀 들어가도 될 것 같은데, 2종 소형은 바이크 핸들을 확 꺾어야 되기 때문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무조건 탈선이다. 핸들을 확 꺾으면서 꺾는 방향으로 몸도 기울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걸 못해서 두 번을 더 떨어졌다.


  경기도권에 있는 연습장, 시험장을 왔다 갔다 하느라 시간과 기름값도 많이 쓰고 연차도 많이 쓰고 돈도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게다가 머릿속에 계속 2종 소형 생각뿐이라 다른 할 일들에 집중도 잘 안 돼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4번째 도전했다. 이번에 떨어지면 학원 다닌 것만도 못하게 되고 스트레스도 받아서 또 떨어지면 올해는 포기하려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지막 시험을 봤더니 합격했다.


  마지막 코스 나오면서 '합격입니다' 소리를 듣고 온몸에 힘이 쫙 풀려버렸다. 기뻐서 환호성이 나오는 게 아니라 긴장감이 확 풀리면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당연히 붙어서 좋긴 한데, 막상 붙으니 또 이게 뭐라고 그 고생을 했나 싶다. 그래도 많이 떨어지면 거의 7,8번 이상 떨어지는 사람도 많다고 하니 이 정도면 평균은 한 것 같다. 이제 포기해야지 할 때 합격하다니.  거의 2주간 계속 맘 졸였는데 합격으로 마무리되어 다행이다.


  앞으로 한동안은 스쿠터로 바이크 타는 속도감을 익힌 후에 나중에 매뉴얼 바이크를 배워볼 생각이다. 연습장에서 연습하는 동안은 계속 기어를 1단에 놓고 연습했고, 스로틀도 살짝 당겨본 게 다라서, 바이크로 시속 몇십 킬로 내면서 도로 달릴 생각 하면 아직 무섭긴 하다. 그래도 해봐야지!! 언젠간 멋지게 라이딩 다닐 날을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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