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글쓰기모임 운영을 마무리한 후 느낀 점

by 놀쓴

대략 5개월 정도에 걸쳐 처음으로 운영해 본 글쓰기모임을 마무리했다. 처음에는 설렘이 더 많았다. 비슷한 또래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같이 한다는 것이. 나도 그분들도 서로가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모임이길 바랐다. 글쓰기 수업도 아니고 나는 가르치는 사람도 아니므로, 서로 자유롭게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모임을 지향했다. 그리고 보통 디파짓을 걷거나 하는데 나는 아예 아무것도 걷지 않기로 했다. 돈이나 강제성 때문이 아닌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면 했기 때문이다.


지만 모임원들은 이런저런 사정을 들며 자주 빠졌다. 몇 명 없는 모임이다 보니 한두 명만 빠져도 텅 비어 보였다. 모임원들은 사정이 생겨 못 나온다 하더라도, 모임장인 나는 늘 모임 시간 맞춰 모임 장소에 가있어야 했다. 매우 피곤하거나 몸이 좀 안 좋거나 해도 늘 모임 시간에 맞춰 갔다. 내 생일 당일에도 모임에 나갔다. 물론 말도 없이 안 나오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늦으면 늦는다 연락이 왔고, 사정 때문에 못 나오면 미리 얘기를 해주었다. 그럼에도 자꾸 빠지거나 늦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점점 힘이 빠졌다.


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다. 돈을 내고 나가는 비싼 수업도 아니고, 다른 사정이 생기면 후순위에 밀리기 쉬운 가벼운 모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도움이 되는 모임으로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했다. 모임원들이 글쓰기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안 오는 사람을 끌어와 앉히게 하는 건 내 노력 밖의 일이었다.


임이 있는 어느 날이었다. 몇 명은 미리 못 온다고 연락이 왔었고, 한 명은 몸이 안 좋아 당일에 못 나온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차가 막혀 늦는다고 했다. 늦는다고 하신 한 분을 기다리며 30분 동안 아무도 없는 스터디룸에 나 혼자 멍하니 앉아있었다. 이젠 정말 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30분을 늦으신 한 분을 1:1로 글쓰기 첨삭 및 코칭을 해주었다. 함께 글 쓰고 함께 얘기하는 모임이 아닌 내가 첨삭과 코칭만 해주고 있다니.. 돈을 받고 하는 것도 아닌데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다. 현타가 오면서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자 중에 글을 가장 많이 썼던 한 분은 모임을 두 번 빼고 다 나오셨다. 빠진 날도 혼자 글을 써서 올려주셨다. 글쓰기가 재밌어졌다고 나에게 고맙다고 했던 분이다. 이 한 분이라도 계셔서 모임장으로 내가 크게 잘 못하진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그리고 다른 분들도 이구동성으로 말했었다. "집에서 혼자 글 쓰려고 하면 잘 안 써지던데, 모임에 와서 쓰면 어떻게든 쓰게 된다."라고. 그러니 잘 나오기만 해도 됐을 텐데.. 빠지지 않고 참여만 잘해도 많은 걸 얻어 갔을 텐데..


나였어도 강제성 없는, 돈을 내지도 않은 모임이라면 다른 일들에 비해 뒷전에 밀렸을 것 같다. 돈을 낸 헬스장도 많이 빠지는데 돈 내지도 않은 모임 같은 거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운동하러 나가면, 어떻게든 그날의 운동을 끝내게 되어있다. 글쓰기모임도 매번 같은 시간에 나오면, 어떻게든 그날 써야 할 글쓰기 분량은 어떻게든 쓰게 되어있다. 다들 빠지지 않고 잘 나왔더라면, 힘들더라도 좀 더 오래 운영했을 것 같다.


리고 나 빼고 모두 글쓰기를 처음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다들 글을 오래 써온 나에게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다들 내 입만 쳐다보고 내가 하는 말에만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느낌이었다. 처음부터 계속 글쓰기 모임보다 글쓰기 첨삭, 코칭처럼 되는 것 같았다. 돌아보니 내가 가르치듯 얘기하려 했던 것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글쓰기 모임원들의 공통점은 모두 혼자 사는 30대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심사들이 달라 글쓰기 주제도 제각각이었다. 각자의 솔직한 이야기를 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따로 공통된 주제를 정하지 않고 글을 썼는데, 다음에는 공통된 주제를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서로의 경험과 생각이 다양할 테니 더 다채롭게 꾸밀 수 있을 것 같다.


첫 독서모임 운영치 고는 그렇게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5개월이면 예상보다 꽤 오래 하기도 했다. 다음에 또 글쓰기 모임을 운영한다면 그때는 주제를 정하고, 기간도 2~3개월로 정해놓고, 돈을 받고 하는 모임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시간뿐 아니라 생각보다 에너지도 많이 들어서 좀 여유 있게 준비해서 다음에 다시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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