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가랑 안 맞는 줄 알았는데

by 놀쓴

아주 오랫동안 요가는 나랑 안 맞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원체 뻣뻣한 몸뚱이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도 내가 어느 정도 뻣뻣한지 보고 나면 놀랠 정도다. 뚱뚱한 것도 아니고 복싱도 오래 해서 내가 이렇게까지 뻣뻣할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나 보다. 다리를 쭉 펴고 앉아서 허리를 굽혀 발까지 손을 닫게 하는 동작이 나는 아예 안된다. 안간힘을 써도 손가락 끝이 발가락 끝에도 닿지 않는다. 앞으로 손을 쭉 뻗으며 바들바들 떨고 있으면 다들 장난치는 줄 안다.


가 남들과는 차원이 다른 뻣뻣함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은 두 번의 에피소드가 있다. 처음은 초등학교 4~5학년 때인가 처음으로 학교에서 체력검사 같은 걸 했을 때다. 어떤 장치 같은데 다리 펴고 앉아서 손으로 쭉 밀고 몇 센티나 밀었나 재는 거였다. (앞서 얘기했던 바로 그 자세...) 앞에 얘들이 하는 걸 보고 '저렇게 하는 거구나!'하고 내 차례가 왔을 때 앉아서 자신 있게 양손을 뻗었다. 그런데, 손이 닿지를 앉는다. 안간힘을 썼는데 손가락 끝이 닿을락 말랑하다가 결국 닿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내 몸뚱이가 다른 애들과는 좀 다르다는 걸!! 내 뻣뻣함을 10여 년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깨달은 날이었다.


두 번째는 20대 초반이었다. 주변에 요가를 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운동을 하긴 해야 할 것 같아 집 근처에 가까운 요가를 한 달 다녔다. 수업 내내 선생님이 하시는 동작에 절반도 따라 하기 버거웠던 것 같다. 낑낑대면서 자세를 고치다가 주변을 쭉 둘러보니... 그 자세가 안 되는 건 나밖에 없었다. 이때 확실히 깨달음이 왔다. '난 요가는 안 되겠다.'


이 외에도 요가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유가 더 있다. 나는 성격이 매우 급하다. 평소 걸음걸이도 굉장히 빠른 편이고, 음식 늦게 나오는 거 기다리는 걸 싫어해서 줄 서는 맛집은 절대 안 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천천히 호흡하면서 천천히 진행하는 요가 수업은 뭔가 내 성격상 답답했다. 빨리빨리 해야 하고 운동효과가 크고 땀이 쭉쭉 나고 호흡이 헉헉거릴 정도로 가빠져야 그게 운동하는 맛이라고 생각했다.


리고 무엇보다 요가는 여자 요가 선생님들이나 요가하는 여자 연예인들처럼, 마른 여자들만 하는 운동이라는 편견이 내게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가는 마르고 유연한 여자들만 하는 운동이다, 저게 무슨 운동이 되냐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복싱하는 여자인 날 보고 무섭다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싫어했었으면서, 나도 요가하는 여자는 무조건 엄청 말랐을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년부터 1년 넘게 화목 새벽 수영을 하고 있다. 수영은 재밌지만 새벽 수영 시간대에 여자 샤워실은 전쟁터라 좀 진이 빠진다. (한정된 샤워실에 비해 사용 인원이 너무 많다.) 그리고 수영 이외의 다른 운동도 같이 하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월수금은 러닝을 해왔다. 문제는 겨울에는 밖에서 러닝이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겨울에도 밖에서 러닝을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추위를 잘 타는 나는 일찌감치 포기다. 여러 가지 생각해 보다가 문득 머릿속을 스친 게 요가였다. 그것도 홈 요가. 겨울이라 너무 춥고 새벽시간에 갈만한 운동이 없어 집에서 혼자 얼떨결에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다.


수영을 안 가는 날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쭉 켜고, 이불 정리를 하고, 화장실 갔다가 물 한 잔 먹고, 잠옷 차림 그대로 요가 매트를 펴고, 유튜브를 튼다. 홈 요가 하려고 유튜브 틀면 온갖 다른 볼거리들에 정신 팔려 집에서 요가하기 어렵다는 사람이 있던데, 원체 평소에 유튜브를 아예 안 보는 사람이라 유튜브 틀면 요가 영상들만 뜬다. 그냥 맞는 시간대에 영상 아무거나 하나를 고르면 된다. 보통 40분~50분짜리 영상을 고른다.


에서 혼자 홈 요가를 한지 이제 겨우 한 달 좀 넘었지만 매우 만족스럽다. 일어나자마자 요가를 하고 나면 뭔가 개운한 느낌이 든다. 추운 날 운동하러 밖에 안 나가도 된다는 것도 너무 좋다. 요가 초보 중에서도 아마 가장 뻣뻣할 것 같은 나는 당연하게도 많은 자세들이 안된다. 그래도 그저 몸을 할 수 있는 한 쭉쭉 늘리고 내 호흡소리에 집중하고 명상하고 하는 시간이 꽤 맘에 든다. 무엇보다 혼자 하니까 주변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것도 장점인 것 같다. 그저 내 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가랑 안 맞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피하기만 해서 그랬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앞으로도 겨울인 11월~2월 정도는 계속 홈 요가를 할 것 같다. 물론 날씨가 풀리는 3월에는 다시 러닝 하러 나가겠지만. 그래도 비 오는 날이나 주말에는 집에서 틈틈이 계속 홈 요가를 해야겠다. 하다 보면 조금씩 유연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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