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를 맞이하고 나서야 24년을 돌아보고 있다. 23년은 처음으로 독립해 혼자 살기 시작했던 해고, 한 해 동안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해봤고 바빴고 재밌고 신기했던 기억이 많다. 그때 썼던 글들도 대부분 그런 기분이 느껴진다. 그에 반해 24년은 대체로 뭔가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몸 상태도 별로 좋지 못했다. 유난히 습하고 더운 날이 길게 이어졌던 2024년 여름, 가끔 날씨가 더워지는 시기에 잠시 발생했던 습진이 이번 해에는 이상하게도 몇 개월 동안 심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오래전 취준할 때 이외에 몇 년간 아예 없었던 두통도 때때로 심하게 찾아왔다. 현대인들이라면 한 가지 정도의 염증은 달고 있다지만, 여러 가지 염증이 들이 자주 방문하기도 했다. 이러하니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는 초 예민 상태가 되었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해서 몸도 건강하지 못한 건지, 그 반대인 건지,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다. 그냥 피곤하고 면역력이 떨어진 건지 어디가 아픈 건지도 잘 모르겠다. 요즘은 겨울이라는 핑계로 잠만 많이 자고 있다. 살기 위해 자는 건지 자려고 사는 건지 모를 정도로. 잠을 많이 자면 하루가 빨리 가니까, 시간이 빨리 지나가니까.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지금의 상태가 저절로 나아져있길 바라며 잠으로 도망치고 있는 것 같다.
혼자 사는 생활은 이제 너무나 단조로워졌다. 이제 이 원룸에 혼자 산지 2년이 다 되어가니 그럴 법도 하다. 처음에 여기 이사 오고 나서 한동안은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아침에 일어나서 멍하니 서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헛웃음이 난다. 지금은 그냥 너무나 자연스럽게 척척한다. 지옥철 타고 출퇴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너무 당연해졌다. 지옥철 타고 출퇴근하던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세상에.. 내가 그걸 어떻게 했었지?" 하게 된다.
2024년은 몸과 마음이 그다지 건강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해야 할 일만 어떻게 꾸역꾸역 하긴 한 것 같다. 뭔가 자꾸 놓치고 있는 느낌이다. 음.. 이게 맞나? 하다가.. 또다시 이게 맞나? 한다. 사는 방식에 맞는 것도 틀린 것도 없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후회는 피하고 싶어지는 법이므로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하고 자꾸 생각하게 된다. 나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다고 해주고 싶은데 요즘 그게 잘 안 돼서 답답하다.
2024년에 딱 한 가지 좋은 쪽으로의 변화는 미국 주식시장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내 자산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내가 투잡 쓰리잡 하면서 돈을 거의 안 쓰고 모았어도 못 모았을 금액이 수익으로 잡힌 걸 보고는 '오.. 이게 바로 금융 치룐가!!' 하면서 좋았다. 하지만 잠깐이었다. 그것조차도 우울해졌다. 아무리 많이 벌었다고 한들, 수익을 꺼내서 내가 사용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쓰고 싶은데도 없다. 갖고 싶은 물건도 없다. 그러니 가끔은 저게 돈이 아니라 그냥 스마트폰 화면에서만 왔다 갔다 하는 숫자 게임인 것 같다. 그리고 수익을 높이는데 나는 한 게 아무것도 없다. 그냥 미국 주식시장이 좋아서 오른 것뿐이다. 내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또 침울해진다.
카페 가서 메뉴 몇백 원 차이에 쩔쩔매던 게, 통장에 몇십만 원도 없어서 다음 달 생활비 걱정하던 게, 학자금 대출 빚만 잔뜩 있던 백수생활한 게 아직도 엊그제 같다. 그 당시에는 상상조차 못 했을 큰 금액이 내 계좌에 찍혀있는데 아무 감흥이 없다. 만약 그 당시에 지금의 금액을 갖고 있었으면 그때는 든든하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더 행복했을 것 같은데.
새해도 새해 같지 않다.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연말도 새해도 다 아무 감흥이 없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매번 똑같은 하루였다. 점점 더 아무 감흥이 없어지고 무뎌진다. 이걸 깨닫고 나니 무서워졌다. 이제 뭘 해도 신나고 설레지 않으면 어쩌지.
문득 내 미래 모습을 떠올려본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돌아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무엇을 후회하고 무엇을 잘했다고 생각할까. 복잡한 머릿속 질문들에 마음이 깊이 가라앉았다가. 또 힘을 내야지.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으면 뭐 해. 하면서 또 으쌰 으쌰 해보다가. 다시 또 이런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까. 하고 우울해하고 있다. 뭐 하고 있는 거지.
개인적으로 2023년은 뿌듯하고 설레고 신났던 해, 2024년은 무기력하고 답답하고 찜찜한 해로 기억된다. 아주 두 해가 극명하게 갈린다. 2025년은 어떻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