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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은 '신의 계시'라거나 '게임의 서막'이라 말했다. 하지만 내 눈엔 그저 송장(Invoice)이었다.
세상 모든 사물의 머리맡에, 푸른색 형광으로 빛나는 직사각형 라벨이 붙었다. 컵, 가로수, 길고양이, 그리고 당신의 이마 위에도.
처음에는 수치에 일희일비하는 소동이 있었다. 하지만 누구의 근력 수치가 더 높은지, 누구의 지능 등급이 S급인지 따지는 일들은 내게 무의미했다. 내가 주목한 것은 분류 체계였다.
식탁 위에 놓인 사과를 본다. 껍질이 쭈글쭈글해지고 갈색 반점이 피어오르고 있다. 예전 같으면 '썩었다'고 표현했을 상태다. 하지만 사과 위에 뜬 라벨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품목: 유기 화합물 집합체 (사과)]
[상태: 산화 진행 중]
[잔존 가치: 14% ... 13% ...]
숫자는 분 단위로 줄어든다. 라벨은 사과가 죽어간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저 구성 성분의 결합력이 느슨해지고 있으며, 곧 다른 용도—아마도 초파리의 먹이나 흙의 거름—로 전환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건조하게 서술할 뿐이다.
이 시스템에는 '죽음'이라는 어휘가 없다. 오직 '용도 변경'과 '재배치'만이 존재한다. 이 거대한 우주는 감정이 배제된 물류 창고다. 탄소와 수소, 산소라는 자원을 잠시 '사과'라는 형태로 묶어두었다가, 기한이 다하면 해체하여 다시 창고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당신이 누워 있는 병실을 찾았을 때, 나는 비로소 이 시스템의 잔인한 친절함을 이해했다.
링거액이 떨어지는 속도에 맞춰 당신의 [잔존 내구도]가 0을 향해 수렴하고 있었다. 의사들은 심박수 모니터를 보며 초조해했지만, 나는 당신 머리 위의 라벨을 보며 차라리 안도했다. 그곳엔 '고통'이나 '슬픔', '이별' 같은 단어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당신의 호흡이 멈춘 순간, 라벨의 텍스트가 깜빡이며 갱신되었다.
[상태 변경: 가동 중지]
[처리: 구성 요소 반환 승인]
[차기 분류: 질소, 인, 칼슘, 기타 미네랄]
그 문장은 내 울음을 멈추게 했다. 당신을 구성하던 206개의 뼈와 60조 개의 세포는, 대차대조표의 차변에서 대변으로 옮겨질 뿐이었다. 우주라는 회계 장부에서 당신의 질량은 단 1그램도 누락되지 않고 완벽하게 보존되었다.
당신은 흙이 되고, 나무가 되고, 어쩌면 먼 훗날 다른 누군가의 사과가 될 것이다. 이토록 완벽한 순환 앞에 슬픔은 얼마나 비효율적인 감정인가.
장례식장을 빠져나와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세수를 하고 고개를 들자, 젖은 머리카락 아래로 내 라벨이 푸르게 빛났다.
나는 오랫동안 내 라벨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주인공'이 아닐까 봐 두려운건 아니었다. 그저 무엇을 위해 입고되었는지, 그 용도가 명시되어 있을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확인해야 했다. 당신이 흩어져 돌아간 이 거대한 창고에서, 나는 아직 어떤 명목으로 '가동 중'인지.
[품목: 관찰 기록 장치 (인간형)]
[기능: 데이터 수집 및 패턴 인식]
[현재 작업: 상실의 논리적 해석 수행 중]
[내구도: 경고 수치 도달]
거울 속의 내가 메마른 표정으로 나를 응시했다. 라벨 속의 나는 작가가 아니었다. 어쩌면 인간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저 당신이라는 자산이 해체되는 과정을 기록하고, 그것이 오류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우주가 파견한 낡은 기록계였다.
[내구도: 경고 수치 도달]
라벨이 붉게 점멸한다.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지는 통증을 사람들은 '슬픔'이라 부른다. 하지만 나는 과부하로 인한 발열이라 불러야 한다.
나는 기록을 마쳐야 한다. 이것이 내가 입고된 이유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