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단편 - 운동감각 상실 증후군에 대한 단상 1

운동감각 상실 증후군에 대한 단상

by ToB

운동감각 상실 증후군에 대한 단상 (A Note on Kinetic Atrophy Syndrome)


파일 ID: 7-Sigma-3

저자: 엘리아스 반 데르 발 (古신경학자, TIA 소속)

일자: 2112년 7월 11일


서론:


나는 낡은 기계의 언어를 기록하는 사람이다. 나의 공식적인 직함은 ‘문화인류학적 기술 고문’이지만, 이는 진실을 감추기 위한 정교한 위장에 불과하다. 실상 나는 과거의 혼을 소환하는 강신술사이자, 잊혀진 감각을 처방하는 의사다. 나는 부유층을 위해 ‘운전’이라는 거의 잊혀진 의식을 집전하는 사제이며, 그들은 내게 막대한 부를 지불하고, 나는 그들에게 그들의 조상이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겼던 신경학적 체험, 즉 ‘자아의 확장’을 선사한다. 그들은 잃어버린 인간성의 조각을 구매하는 것이고, 나는 그 조각을 파는 유일한 상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완벽한 흐름(The Flow) 위에 세워졌다. 도시의 모듈형 전기차(EV)들은 중앙 AI인 ‘레아’의 거대한 혈관을 흐르는 혈구처럼 정교하게 움직인다. 충돌도, 정체도, 선택의 고통도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로”라고 나지막이 속삭이면, 당신의 모듈은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계산해 소리 없이 미끄러진다. 이동은 공기처럼 투명하고 배경처럼 조용하다. 우리는 이 완벽한 효율성 속에서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평온한 세대가 되었다. 인류는 마침내 마찰과 저항이라는 물리적 세계의 제약에서 해방된 것이다.


하지만 그 해방에는 대가가 따랐다. 우리는 무언가를 잃었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운동감각 상실 증후군(Kinetic Atrophy Syndrome, KAS)’이라 명명했다. 일반 대중에게는 그저 ‘만성 무기력증’이나 ‘결정장애’의 유행 정도로 치부된다. 증상은 안개처럼 미묘하게 시작된다. 사람들은 더 이상 복잡한 공간을 직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3차원 지도를 눈앞에 펼쳐줘도, 그들은 A에서 B로 가는 경로를 머릿속에 그리지 못한다. 모든 것이 평면적이고 단편적인 정보로만 인식될 뿐이다. 신체 협응 능력은 급격히 저하되어, 이제 아이들은 공을 던지고 받는 단순한 놀이조차 버거워한다.


그러나 가장 심각하고 본질적인 증상은 뇌의 깊숙한 곳, 전두엽과 두정엽을 잇는 오래된 신경 고속도로에서 발견된다. 바로 ‘주체성’의 회로다. 수십만 년 동안 인류의 뇌는 스스로의 의지로 불확실한 세계를 항해하며 진화했다. 발바닥의 미세한 감각으로 지면의 경사와 질감을 읽고,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고 바람의 방향을 예측하며, 맹수의 움직임을 보고 다음 행동을 결정했다. 이 모든 예측과 반응, 즉흥적인 수정의 과정이 뇌에 풍부하고 복잡한 자극의 교향곡을 연주하며 ‘나’라는 주체가 환경과 치열하게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각인시켰다. 자율주행은 이 모든 교향곡을 단조로운 소음으로 환원했다. 우리는 더 이상 세계의 운전자가 아니라, 그저 창밖의 풍경을 수동적으로 응시하는 승객이 되었다. 뇌는 가소성과 경제성의 원리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 복잡한 회로를 무자비하게 가지치기했고, 그 결과 우리는 미약하지만 분명하게 ‘존재의 운전대’를 놓아버렸다.


사례 연구: 클라이언트 #04B (율리시스)


율리시스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이 시대의 완벽한 표본이었다. 그의 신경 스캔 이미지는 내가 본 KAS 사례 중 가장 전형적이고 심각했다. 두정엽의 공간 인지 영역은 마치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도구처럼 매끄러웠고, 소뇌의 미세 운동 피드백 루프는 거의 활동의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수만 시간 동안 감각이 완벽히 동기화된 가상현실 속에서 살았지만, 그의 뇌는 그 모든 경험을 실제 상호작용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그의 눈은 텅 빈 스크린처럼 공허했고, 그의 의지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희미했다. 그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되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절박하게 내게 ‘처방’을 의뢰했다. 처방은 단 한 가지, TIA의 지하 7층에서 동면 상태로 보관 중이던 2045년식 포르쉐 911 ‘복원 모델’이었다. 순수한 내연기관의 심장을 가진, 이 시대의 마지막 야수 중 하나였다.


우리는 TIA(Temporal Inertia Archives)가 관리하는 ‘보존 구역’으로 향했다. 대기 정화막으로 외부 세계와 완벽히 격리된 이곳은 유일하게 탄화수소 연료의 연소가 허락된 땅이다. 돔 형태의 천장에는 과거의 하늘이 시뮬레이션되고 있었고, 공기 중에는 희미한 식물과 흙냄새가 감돌았다. 나는 율리시스를 차갑고 단단한 가죽 시트에 앉혔다. 그는 금속과 합성연료, 그리고 오래된 가죽이 뒤섞인 낯설고 강렬한 냄새에 코를 찡그렸다.


"이 진동은 뭐죠? 불규칙해요."


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인공지능의 그것처럼 어떠한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엔진이란다. 실린더 안에서 제어된 폭발이 1초에 수백 번씩 일어나며 만들어내는 힘의 맥박이지. 네가 느끼는 불규칙함은 이 기계가 살아있다는 증거야."


나는 그의 손을 잡고 3개의 페달과 수동 기어 레버의 개념을 설명했다. 왼쪽 발로 클러치를 밟아 엔진과 바퀴 사이의 연결을 끊고, 오른손으로 물리적인 톱니바퀴를 맞물려 동력을 연결하고, 오른발로는 그 폭발의 세기를 미세하게 조절한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유기적으로, 감각에 의존해 해내야만 한다.


율리시스에게 이것은 이해 불가능한 고대의 마법과도 같았다. 그의 세계에서 모든 것은 명확한 단일 입력과 예측 가능한 단일 출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내연기관차는 달랐다. 그것은 변덕스럽고, 아날로그적이며, 모호하고, 운전자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파트너였다.


첫 시동은 예상대로 재앙이었다. 클러치를 너무 빨리 떼어낸 차가 성난 말처럼 격렬하게 울컥거리다 시동이 꺼졌다. 금속이 긁히는 소리에 율리시스는 움찔했다. 그의 인생에서 ‘실패’란 언제든 리셋 버튼을 누르면 그만인 시뮬레이션 오류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것은 진짜였다. 기계는 그의 미숙함에 정직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실패는 데이터가 아니라, 몸으로 각인되는 경험이었다.


나는 그에게 다시 설명했다.


"생각하지 마. 기계를 느껴야 해. 네 발끝으로 전달되는 진동의 변화를, 엔진 회전수가 변하면서 달라지는 소리의 미세한 차이를. 기계가 너에게 말을 걸고 있어. 너무 조급하다고, 숨을 고르라고. 그 말에 대답을 해야지."


수십 번의 시동 꺼짐과 울컥거림 끝에, 차가 마침내 유아의 걸음마처럼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내 단말기로 율리시스의 뇌파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그의 뇌에서 수년간 잠자고 있던 회색 지대가 마치 성단의 탄생처럼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시각 정보와 운동 피질, 청각 자극과 촉각 피드백이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되며 새로운 시냅스의 다리를 맹렬하게 엮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단순히 운전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세계’와 관계를 맺는 법을, 자신의 의지를 물리적 현실에 관철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가 처음으로 코너를 스스로의 판단으로 돌아 나갔을 때,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전율. 원인과 결과가 온전히 자신의 통제하에 놓인 순수한 체험. 그는 가속 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았다. 포효하는 배기음이 돔 전체를 울리며 그의 몸 전체를 떨게 했다. 그의 뇌 스캔 이미지 위로 ‘주체성’의 회로가 용암처럼 선명한 붉은색으로 타올랐다. 소년의 텅 빈 눈에 처음으로 의지의 빛이 깃들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시대의 진정한 빈부격차는 소유나 지위의 격차가 아니다. 그것은 ‘체험의 격차’이며, ‘존재 방식’의 격차다.


결론:


대중은 완벽하게 안전하고 효율적인 ‘흐름’ 속에서 살아간다. 그들은 KAS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른 채, 그저 막연한 공허함과 무기력함을 다음 세대로 물려주고 있다. 그들에게 내연차는 박물관 속 화석처럼 그저 시끄럽고 비효율적이며 위험한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하지만 극소수의 부유층은 알고 있다. 그들은 부를 이용해 ‘보존 구역’의 입장권을 사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합성연료를 구매하며, 나 같은 그림자 속의 인간을 고용해 잊혀진 의식을 복원한다. 그들은 단지 사치품을 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주체성, 즉 불완전한 세계를 불완전한 감각으로 항해하며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권리를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승객’이기를 거부하고 ‘운전자’로 남기를 선택한 것이다.


나는 율리시스의 마지막 세션을 마치고 ‘흐름’ 속으로 돌아왔다. 내 몸을 실은 전기 모듈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어떠한 소음도 없이 미끄러진다. 창밖으로 무표정한 얼굴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방금 한 소년의 뇌에 우주를 심어주고 오는 길이다. 그에게는 이제 별을 향해 스스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의지와 지도가 생겼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은 레아가 정해준 안락한 궤도를 영원히 맴돌 것이다. 안전하고, 평온하게, 그리고 완전히 수동적으로. 나는 눈을 감고 율리시스가 몰던 911의 거친 진동을, 내 손에 남아있는 듯한 기어 레버의 차가운 감촉을 떠올린다. 그것은 통제되지 않는 삶의 증거였다.


가끔 나는 내 고객들이 내연차의 굉음과 함께 질주할 때 느끼는 희열을 상상한다. 그것은 단순한 속도감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불확실성을 제어하고, 기계와 하나가 되며, 마침내 자기 자신과 온전히 마주하는 순간의 희열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존재’의 가장 확실하고 강렬한 증명일 테니까.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인류는 과연 진보한 것일까, 아니면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가장 중요한 것을 스스로 거세한 것일까. 나의 기록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다. 질문 자체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의 마지막 흔적일 뿐, 어쩌면 답은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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