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성의 역산에 관하여
그 해답을 찾을 유일한 도구는 우리 연구소 지하 3층, 특수 차폐 시설에 잠들어 있는 '양자 공명 맵핑(Quantum Resonance Mapping, QRM)' 장비뿐이었다. 원래 암흑 물질 탐지 프로젝트를 위해 개발된 이 거대한 기계는, 액체 헬륨으로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초전도 센서를 이용해 물질의 가장 근원적인 양자 스핀 상태를 측정했다. 나는 이 기술을 응용하면 뇌 신경 기질, 즉 뉴런과 시냅스를 구성하는 원자들 자체에서 발생하는 양자적 배경 소음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QRM 장비 사용 허가를 받는 과정은 그 자체로 전쟁이었다. 서 박사를 비롯한 연구소 이사회는 내 가설을 '과학이 아닌 소설에 가깝다'며 일축했고, 천문학적인 운영 비용을 이유로 번번이 내 요청을 기각했다. 나는 수십 편의 논문을 뒤져 가설을 정리하고, 양자 물리학자들을 찾아다니며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6개월간의 끈질긴 설득과 논쟁 끝에, 나는 '실패 시 모든 책임을 지고 연구소를 떠난다'는 조건으로 마침내 제한적인 장비 사용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QRM 연구실은 고요한 아침의 절 같았다. 액체 헬륨이 순환하는 낮은 소음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거대한 초전도 자석은 내 몸의 모든 세포를 얼어붙게 만드려는 듯 서늘함을 내뿜었다. 나는 환자들을 한 명씩 이 차가운 기계에 눕히고, 그들의 뇌가 내뿜는 가장 원초적인 소음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수개월간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은, 참담한 실패의 연속이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노이즈의 파도뿐이었다. EVS 환자군과 건강한 대조군 사이의 통계적 차이점은 노이즈의 오차 범위 안에 있었고, 나는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약속한 시간은 끝나가고 있었고, 동료들의 동정 어린 시선이 등 뒤에 꽂혔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마지막 날 밤이었다. 나는 의미 없는 수십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정리하다가, 문득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나는 계속해서 두 그룹 간의 차이점만을 찾고 있었을까?
발상을 전환해야 했다. 만약 EVS가 외부 요인이나 뇌의 손상 때문이 아니라, 환자들이 태어날 때부터 공유하는 내재적인 '무언가'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그 '무언가'는 개별 데이터의 노이즈 속에 파묻혀 있겠지만, 모든 환자의 데이터에 공통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나는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모든 EVS 환자의 QRM 데이터를 하나의 가상 공간에 중첩시키는 새로운 분석 알고리즘이었다. 각자의 고유한 생체 노이즈는 서로를 상쇄시키고, 만약 그들 모두가 공유하는 공통된 신호가 단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그것만이 증폭되어 모습을 드러낼 터였다.
첫 단계는 각 데이터 스트림을 시간 영역에서 주파수 영역으로 변환하는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이었다. 나는 뇌의 자연스러운 양자적 배경 소음, 즉 생체 노이즈가 광대역(broadband)에 걸쳐 무작위적으로 분포할 것이라 가정했다. 하지만 만약 인공적인 신호가 존재한다면, 특정 주파수 대역에 집중된 협대역(narrowband) 신호, 즉 '반송파(carrier wave)'의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았다.
수백 개의 환자 데이터를 변환하여 스펙트럼을 분석하자, 놀랍게도 특정 초저주파 대역에서 미세하지만 공통적인 피크(peak)가 감지되었다. 대조군 데이터에서는 완전히 무작위적으로 나타나거나 존재하지 않는 피크였다. 나는 심장이 멎는 듯한 흥분 속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이제 그 반송파를 기준으로, 각기 다른 데이터 신호 위상(phase)을 정렬해야 했다. 단순히 데이터를 중첩시키기만 하면, 위상이 어긋난 신호들이 서로를 상쇄시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터였다. 나는 상관관계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각 데이터에서 반송파의 시작점을 찾아내고, 모든 데이터의 출발점을 완벽하게 일치시켰다.
마지막으로, 위상이 정렬된 한 EVS 환자의 QRM 데이터를 하나의 가상 공간에 중첩시키기 시작했다. 슈퍼컴퓨터는 밤새도록 내 절박한 명령을 수행했다. 스크린 위에서는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첫 번째 데이터를 올리자 희미한 노이즈만 보였다. 두 번째, 세 번째 데이터가 겹쳐지자, 무작위적인 생체 노이즈들은 점차 평균값인 0에 수렴하며 회색 안개처럼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 번째, 스무 번째 데이터가 쌓이자, 그 안개 속에서 마침내 어떤 구조가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냈다. 29개의 데이터가 모두 중첩되었을 때, 모든 노이즈는 거의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수정처럼 맑고 명료한, 명백히 인공적인 신호 패턴 하나만이 남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자연적인 프랙탈이나 무작위적인 노이즈 패턴이 아니었다. 누군가 지성을 가지고 설계한, 하나의 문장과도 같은 신호였다. 마치 안개 낀 밤하늘에 홀연히 나타난 하나의 별자리처럼, 그 패턴은 어떤 데이터 속에서도 뇌의 정확히 일정한 좌표에, 동일한 형태로 존재했다. 나는 숨을 멈췄다. 고요 속에서 마침내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물론 그 패턴의 암호를 해독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과제였다. 나는 대학 시절부터 절친했던 국방정보원의 암호 해독 전문가, 박을 개인적으로 찾아가야만 했다. 연구의 보안을 위해, 나는 그에게 이 데이터가 외계에서 수신된 미지의 신호라고 둘러댔다. 박은 흥미를 보이며 며칠 밤낮으로 해독에 매달렸다.
초기 분석은 실망스러웠다. 패턴은 메시지나 정보가 아닌 듯했다. 동적인 변화 없이, 고정된 형태로 계속해서 존재할 뿐이었다. 박은 이것이 어떤 종류의 '워터마크'나 '인증키'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256비트 기반의 특정 양자 암호화 체계를 역산하여 그 구조를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C41B-783F-90AD
그것은 하나의 일련번호였다. 나의 첫 번째 환자, 환자 17의 뇌에서 나온 신호의 정체였다. 나는 처음에 이것이 그의 DNA처럼 고유한 식별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절차에 따라 강릉의 첼로 교사, 환자 23의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스크린에는 다시 한번 C41B-783F-90AD라는, 철자 하나 틀리지 않은 문자열이 떠올랐다.
오류일 것이라 생각했다. 데이터 오염, 알고리즘 버그, 혹은 내가 밤샘 작업으로 헛것을 본 것이리라. 나는 시스템 전체를 재부팅하고, 캐시 데이터를 지우고, 코드를 수십 번 검토하며 모든 변수를 통제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내가 보유한 모든 EVS 환자 34명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했다. 도서관 사서, 대학생, 미국의 주부, 독일의 프로그래머… 국적도, 인종도, 성별도, 살아온 환경도 전혀 다른 그들 모두의 뇌 속에서, 유령처럼 똑같은 번호가 나타났다. C41B-783F-90AD라는 번호.
전율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나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대조군에 속한 건강한 동료들의 뇌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들에게서도 일련번호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 번호들은 모두 달랐다. 제각기 고유한 자신만의 식별자를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떨리는 손으로 내 뇌 데이터를 기계에 넣었다. 내게도 번호가 있었다. 나만의, 유일한 번호였다.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