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은 원래 힘든거야?

여름날, 크리스마스 ep.8

by 씨이

어찌어찌 간사이 공항을 빠져나온 우리는 다시 한 번 멘붕이 되었다.

도착지인 난바역까지 왔지만 이 난바역이라는 곳이 징그러울 정도로 넓고 복잡했기 때문이었다. 난바역, 오사카난바역 이름도 여러 개인 것 같고 이런 저런 백화점이며 잔뜩 들어선 모습이 진심으로 쉽지 않았다


"아빠 우리 어디로 가?"

"아, 오사카의 대표적인 명물인 글리코상을 보러갈거야! 오사카에 오면 이걸 꼭 봐야한대!"

"가챠는 언제해? 인형뽑기는?"

"그쪽에 가면 많이 있을거야"


아이들을 달랜 후 과감하게 구글맵을 켜고 글리코상까지 따라가 보려고 했는데 이게 웬걸, 일단 지하철 밖으로 나가야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침착하게 밖으로 나와보는데 왜하필 이 순간 지도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건지 기준이 되는 위치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순간을 위해 일본어를 그토록 공부하지 않았는가! 하는 호기로 길을 안내하시는 분께 조금스레 말을 걸었다.


"스미마셍, 글리코상... "

"아, 하이! 좃또, 아니 LONG Understand?"


안내하시는 분은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일본어를 시작하시다가 내 눈치를 보고는 영어를 섞어가며 약간은 멀리 떨어진 글리코상의 위치를 알려줬다. 그래도 만화를 보면서 주워 들은 게 있어서인지 저 백화점을 통과해서 살짝 옆으로 가면 있다는 말에 오케이를 연발하며 당당하게 가족들을 이끌었다. 그 와중에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는 감사인사가 입에 붙지 않아 '땡큐'를 연발하고 있는 나에게 답답했지만 그래도 이만큼 알아들은 게 어딘가 싶어 일단 길을 걸었다.


하지만 걸어도 걸어도 글리코상은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엉뚱하게 마지막날 살짝 들러보려던 덴덴타운 앞까지 왔다.


"우와! 가챠다!!! 아빠 우리 저거 해도 되요?"

"어?! 그럼! 한 번 들어가볼까?"


아이들은 내가 길을 헤매던 말던 크게 개의치 않았고 그냥 가챠를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만족하는 눈치였다. 덕구도 첫 해외여행이라 쉽지 않았는지 아직은 쌀쌀한 날씨임에도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었다.


"캐리어 무겁지? 내가 두 개 끌어볼께"

"아니야 괜찮아, 역이 진짜 복잡하다. 쉽지 않네"


땀을 닦으며 겸연쩍게 웃은 덕구는 이내 아이들과 함께 가챠 삼매경에 빠졌고 우리는 비록 글리코상에 도착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은 만족하는 애매한 상황에서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는데, 지도 상으로의 거리가 벌써 30분이나 걸릴만큼 벌어진 탓이었다.

가뜩이나 길도 좁고 복잡한데 30분이라는 거리를 걸어갈 자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일본의 택시비가 엄청 사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역으로는 한 번 돌아가려고 애를 썼다. 물론 분명 맞는 길을 따라가는 걸텐데도 캐리어 3개와 아이들 둘을 데리고 걷는 길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고 분명 10분을 걸었는데 시간은 30분이 남아 있는 기적을 우리는 체험했다.


결국 길가의 택시에 올라탄 우리는 진이 빠진 채로 숙소에 도착했고 기진맥진한 아이들은 숙소에 왔다는 것 자체에 너무 행복해했다.


"짜잔 우리 방이야!"

"응? 아빠 방이 왜이렇게 좁아?"

"응? 방이... 그러네..."


하필 그렇게 도착한 숙소도 이토록 좁을 줄이야... 글리코상부터 시작해 뭐하나 되는 게 없었다.


"우리 금방 옮길거야, 여기서 내일까지만 자면 되니까 그냥 자자, 피곤하잖아?"


어찌어찌 아이들을 달래고 바닥에 앉을 수 없어 침대에 걸터 앉는 순간 온 몸이 흐물거리듯 미끄러졌다.

원래 해외여행 이런 거야...? 뭐지...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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