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크리스마스 ep.7
우리는 오사카 간사이 공항 앞에 섰다.
원래대로라면 도쿄 나리타 공항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있어야 했지만, 우리 가족의 눈앞에 펼쳐진 건 전혀 계획에 없던 오사카의 풍경이었다.
'파워 J'를 자처하며 엑셀 표를 채워나갔던 시간들이 무색하게도, 나의 첫 실수는 너무나도 허탈한 곳에서 터졌다. 생전 처음 해보는 해외여행 준비에 눈이 멀어 비행기 탑승 시간을 착각한 것이다. 9시 비행기라면 적어도 7시에는 도착했어야 했는데, 나는 9시를 공항 도착 시간으로 계산하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전력 질주로 공항 카운터에 도착했을 때, 이미 비행기는 게이트를 떠난 뒤였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체크인이 이미 마감되었습니다"
직원의 정중한 거절 앞에 나는 망연자실했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나만 바라보고 있었고, 덕구의 눈동자엔 당혹감이 서렸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가장으로서, 그리고 이 여행의 설계자로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자책감이 밀려왔다.
"미안해, 내가 시간을 잘못 봤어..."
고개를 숙인 나에게 아내는 화를 내는 대신 내 손을 꽉 잡았다.
"괜찮아, 어떻게든 방법이 있겠지. 일단 진정하고 다른 비행기부터 찾아보자"
필사적으로 스마트폰을 뒤졌다. 도쿄행은 이미 오늘 안으로는 자리가 없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오사카행 편도 티켓이었다. 계획했던 루트는 꼬이겠지만, 여기서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남은 네 좌석을 결제했다.
그렇게 우리는 도쿄 대신 오사카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몇 시간 후, 간사이 공항 입구로 나오자 3월의 알싸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한국보다는 조금 포근할 거라 예상했지만, 바닷바람을 머금은 오사카의 공기는 제법 쌀쌀해 절로 옷깃을 여미게 만들었다. 계획표에 적어둔 도쿄의 맛집 리스트, 지하철 환승 경로, 가챠샵의 위치는 이제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었다.
"아빠, 여기 도쿄야? 근데 좀 춥다"
"아니, 여기는 오사카라는 곳이야. 여기서도 가챠할 수 있어"
아이들은 오히려 새로운 곳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이 난 듯 씩씩하게 앞장서 걸어갔다. 나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계획했던 일정보다 대여섯 시간은 늦어졌고, 예약해둔 도쿄 숙소의 취소 수수료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내 어깨를 다독이는 아내의 손길과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에 묘한 용기가 솟았다.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믿었지만, 여행은 시작부터 내 계획을 비웃기라도 하듯 멋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통제 불능의 상황이 우리가 진짜 '여행'의 영역으로 들어왔음을 실감 나게 했다.
캐리어 바퀴가 거친 보도블록 위를 구르는 소리가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유난히 크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