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생각이 드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그게 진짜 네가 하고 싶은 거 맞아?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한눈팔고 있는 나에게 신랑이 던진 말이었다. 책이나 사람의 영향을 너무 받는 거 같다는 이유였다. '그런가?' 내가 요즘 흔들리는 갈대 같기는 했다. 어제는 TED 영상을 보고 심리학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가 오늘은 유튜브를 보고 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그게 진짜 내 생각이 아닌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냥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겠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것은 문제겠지만,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만의 이유가 있는지가 중요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거창할 필요는 없었다. 같은 TED 영상을 보고도 사람마다 감동받는 이유는 다르다. 누군가는 그의 스피치 능력에 놀라고, 누군가는 기획능력에, 누군가는 그의 열정에 놀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에 녹아있는 나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했다. 남들이 다 해서가 아니라, 나만의 이유로 따라 해 보고 싶다는 것은 끌림이 있다는 좋은 신호였다.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생각이 드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한동안 엄청 빠져있던 해외 유튜버가 있었다. 그녀는 [Lavendaire]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동시에 블로그와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무작정 그녀를 따라 혼자 영상을 만들어 보았다. 영상제작 방법은 유튜브 검색을 하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짜고,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하면서 느낀 건 영상을 잘 만드는 그녀의 모습에 끌림을 느꼈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끌렸던 건 그녀의 콘텐츠였던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저널링, 자아존중감과 같은 주제에 대해 말하는 그녀를 좋아했던 것이고, 그 주제에 대해서라면 나도 펼치고 싶은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은 꼭 영상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나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었고, 지금으로선 글이 그 수단이 된 듯하다. 해보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들이었다.
물론 한 사람 전체를 모방하면 표절이 될 것이다. 모방이라는 방법으로 가볍게 시작하고, 취향과 적성을 발견하고 난 뒤에는 내 색깔을 담아 가야 할 것이다. 내 색깔을 찾으려다 포기하고, 차별화하려다 포기하고, 생각만 하다가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끌림이 있는 순간 곧바로 시도하는 시작점을 만들기 위해, 그냥 한 번 따라 해보는 것은 나에게 좋은 방법이었던 것이다. 내 것으로 소화하는 건 그다음에 생각할 일이었다.
한번 해보는 것이 중요했고,
나에게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모방이었다.
[영재발굴단]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9살 동화작가 전이수’군을 알게 되었다. 따뜻하고 깊은 생각을 가지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던 그 아이의 엄마도 동화작가라고 하였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억지로 동화를 그리도록 가르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듯했다. 동화책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엄마를 보며 자연스레 옆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사람은 누구나 영향을 받는다. 나는 내 주변 사람 5명의 평균이라는 말도 있듯이 누구와 시간을 보내고, 영향을 주고받는지가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나는 더욱더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었기에, 내가 보고 듣고 접하는 것들을 좀 더 나답게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단한 걸 바꾼 건 아니었다. 우선 스마트폰 네이버 메인 페이지를 '뉴스'에서 '책문화'로 바꿨다. 페이스북과 블로그 이웃 새 글, 침대 옆에 놓아두는 책도 조금씩 바꿨다. 사람의 경우 기존의 관계는 유지하며,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늘려갔다. 별거 아닌 변화지만, 영향을 잘 받는 나에겐 꼭 필요한 변화였다.
닮고 싶은 것들로 주변을 채우니,
일상이 조금씩 나다워짐을 느꼈다
[다음편] 물 많이 마시는 게 목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