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여행가쏭 Apr 20. 2018

매일 목표만 다시 정하는 사람

타인의 힘을 빌려서라도 목표를 고정하기로 했다.

하고 싶은 게 또 바뀐 거야?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며 신나게 이야기 중인 나에게 신랑이 했던 말이다. "응 근데 이번엔 진짜야. 이거 하면 될 거 같아"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그게 무슨 아이디어였는지 나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매번 그랬다.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하면 항상 더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곤 했다. '그래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하다 보면 이전의 생각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저 난 실행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시작하지 않기 위해 다른 아이디어를 생각했고, 그게 더 좋은 생각이라고 믿었던 것.


나는 왜 무언가를 시도하는 게 그토록 두려웠던 걸까? 아마도 이상과 현실의 갭이 너무 컸기 때문인 듯했다. 보는 게 많아질수록 머릿속에 그리는 그림은 완벽해지는데, 지금 당장 그것을 실현할 능력은 없으니 도망가고 싶었던 것이다. 우연히 즐겨보던 유튜버의 "시작할 때는 부족한 게 당연해"라는 말이 가슴에 쿵하고 와 닿은 순간이었다. 평소였다면 그냥 흘려 들었을 말이었겠지만. '그래, 시작할 때는 누구나 부족한 게 당연해'라고 다시 한번 조용히 되뇌어 보았다.


시작하는 것이 두려워
매일 목표만 다시 정하고 있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렇게 '아 이제는 그만 도망치고 진짜 뭐라도 하나씩 해봐야겠다' 다짐은 했는데, 나에겐 또 나하의 문제가 있었다. 전형적인 벼락치기 형 인간이었던 것. 학생과 직장인의 삶을 살 때에는 데드라인이 명확한 일들을 다루기에 단점이 그럭저럭 봐줄 만했는데, 혼자서 무언가를 해보려 하자 이건 뭐, 너무나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마감일을 뒤로 미루며 평생 계획만 세우다가 생을 마감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자체 데드라인을 만들고, 목표를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했다. 이것저것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는 사태를 막아야 했던 것. 우선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다이어리에 목표와 마감일을 적어 놓는 것이었다. 물론 실패했다. 좀 더 나은 아이디어를 찾겠다며 계속 도망만 다녔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개인 블로그를 만들고 그곳에 목표를 포스팅 해 놓는 것이었다.


신기하게 효과가 있었다. 신랑에게 말 바꾸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건 괜찮았는데, 블로그 이웃들에게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것. 재미난 건 블로그 이웃도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다는 것. 나에게 별로 관심도 없는 몇 명의 이웃들에게 공표한 약속을 지키겠다며 고군분투하기 시작했다. 계획 한 날짜에 포스팅을 하기 위해 벼락치기형 인간의 능력을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타인의 힘을 빌려서라도
목표를 고정하기로 했다.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했느냐 안 했으냐만 문제 삼기로 했다. 반복해서 실행하기만 한다면 실력은 저절로 향상될 것이라고 믿었다. 목표한 날짜에 해내는 것에만 집중하니, 도망치려고만 하던 모습도 어느새 많이 사라져 있었다. '잘 할 필요 없어. 그냥 하기만 해'라는 생각으로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갔다. 블로그에 포스팅한 첫 번째 목표는 '취향 탐색 프로젝트'였다. 3개월 동안 10가지 취향을 들여다 보고 기록하는 것. 기간 안에 완료했다.


2018년도 올해의 목표는 '책 쓰기 프로젝트'와 '셰어하우스 프로젝트'다. 매일매일 수만 가지 생각이 떠오르지만, 목표를 바꾸지 않고 실행하고 있는 건 두 가지뿐이다. 나머지 생각들은 나타났다가 곧 사라져 버렸다. 내가 실행할 수 있는 목표만 블로그에 올렸던 것일까? 난 블로그에 올렸기 때문에 실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목표를 고정하지 않았다면 이 두 가지 계획도 어느샌가 까맣게 잊고 말았을 것이다.  


한때는 생각하는 대로 실행하는 프로실행러들을 보며 '난 왜 이렇게 실행력이 부족하지?' 하고 자책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목표를 '고정'하고 나니 나도 꽤 실행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저 목표가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이 문제였던 것. 물론 용기가 부족하고, 잘하고 싶은 욕심에 시작을 망설일 때도 있겠지만 그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함이었다. 나에게 중요한 건 '어떻게 목표를 고정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었다.


우선 하나를 끝내고,
(아니, 시작이라도 해보고)
다른 것을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편] 놀고먹기만 하는 건 생각보다 재미없다.





취향 탐색 프로젝트 프롤로그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 산 운동화, 버리기로 마음먹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