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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비 Jun 20. 2022

하이일드 스프레드 상승, 경제 '진짜' 경고등 켜졌다

하이일드 스프레드의 급상승, 경제 위기 신호탄

오늘 이야기할 주제.


 하이일드 스프레드(High-Yield Spread), 아마 대부분 잘 모르시리라 생각됩니다. 유튜브와 언론, 기사 등에서 인플레이션이니 스태그플레이션이니 하며 경제 위기라고 하지만 경제 위기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 '하이일드 스프레드'에 대해서 오늘 칼럼을 통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칼럼을 읽고 얻게 될 지식들.


 한 편의 칼럼이지만, 이 칼럼을 읽고 나시면 '하이일드 스프레드'라는 정말 중요한 경제 개념을 나도 모르게 이해하고 계실 겁니다. 하이일드 스프레드의 이해를 토대로 지금 진짜 경제가 위험하구나..를 알게 되실거고, 앞으로는 이 '경고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경제를 진단하실 수 있으시리라 확신합니다.


아직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괜찮더라구요


 한창 코로나19 공급망 문제가 이슈화되던 2022년 2월, 여느 때처럼 경제 뉴스를 힐끗 거리던 중 증권사 직원을 인터뷰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 직원은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사람으로 꽤나 유명하더군요.


 어렴풋한 기억으로 대화의 맥락은 "물가가 상승하고 있고,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 위기가 아니냐?"는 질문이었고 이에 증권사 직원은 "하이일드 스프레드를 보니 괜찮더라. 2008년에는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급등했었기에 금융위기를 미리 알 수 있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이일드 스프레드, 뭔지는 모르겠지만 경제 쪽에서는 뭔가 중요한 지표임에는 틀림 없어 보이더군요.


거대 자본은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는다


 돈은 엄격합니다. 더 거대한 자본을 가지고 있을수록 돈은 더욱 더 신중하죠.


 제가 투자하는 1억 원과 골드만삭스가 투자하는 1억 원의 신중함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다를 겁니다. 그만큼 자본은 '정보'에 의해 움직이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법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신중'하게 1억 원이 있다면 적금에 넣겠죠.


 하지만, 거대 자본은 공부를 하고 얻은 정보를 토대로 움직입니다. 그렇게 '확실한 투자처'에 투자를 하기 마련이죠. 거대 자본에게 '확실함'을 알려주기 위해서 미국에는 신용평가회사들이 있습니다. 거대 자본의 공부량을 줄여주는 멘토같은 회사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신용등급표 [출처 : World Government Bonds]

 이렇게 미국의 S&P, Moody's 등의 신용평가회사들은 돈을 빌리려는 모든 주체들을 '등급화'하여 관리합니다. 이런 등급을 토대로 투자자들은 돈을 빌려줄 회사들을 정하고, '돈의 사용료(금리)'를 정하죠.


 나름의 회사들의 기술력과 노하우로 국가와 회사들의 투자 등급을 선정하고, 이 등급을 토대로 투자를 해야할지(Investment Grade), 투기를 해야할지(Speculative Grade)를 선정해 공시합니다.


High Risk, High Return

 High Risk, High Return. 우리가 지겹도록 어릴적부터 듣던 문구죠. 리스크가 클수록 보상도 커진다. 리스크 없는 보상은 없다 등의 말로 우리 생활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사실 자본주의는 무엇보다도 이 문구를 착실하게 따릅니다. 아래 예시를 한 번 생각해볼까요?


 '투비 제약'은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제약사입니다. 자본금 100억 원을 모두 때려넣어 치매 치료제 연구에 몰두하고 있죠. 치매 치료제만 개발된다면 어마어마한 매출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약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치료제 개발에 실패하면 자본금 없이 망하게 됩니다.


 '투비 전자'는 설립한지 50년이 넘은 대기업입니다. 현금 흐름도 양호하고 자본금도 수 조원이 쌓여 있죠. 이번에 출시하는 신제품이 기대는 되지만 시장 반응이 좋지 않다고 해서 회사가 휘청이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반대로, 신제품이 대박을 쳐도 엄청나게 성장하지는 않겠죠.


 두 회사가 모두 '채권자'를 모집합니다. 돈을 빌려주면 꼬박꼬박 이자를 주고 마지막에는 원금도 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는 것이죠.


 여러분에게 1억 원의 목돈이 있다고 가정해보고, 이 두 회사 중 한 곳에 반드시 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해봅시다. 투비 전자가 3%의 이자를 매년 준다고 한다면, 투비 제약에는 최소 얼마의 이자를 받으실건가요?


 저라면 투비 전자가 3%의 이자를 준다면 투비 제약은 망할 수도 있음에도 제가 투자를 하는 것이기에 7% 정도는 받아야 고민을 해볼 것 같습니다. 4% 이자를 준다면 망설임없이 투비 전자를 선택할 생각입니다.


 '망할 수도 있는 Risk'를 더 많이 감당할 수록, 더 많은 이자 수익(Return)을 우리는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바로 이 '망할수도 있는 Risk'가 낮다면 Investment Grade, 즉 투자등급 회사라고 알려주는 것이죠.


 반대로 망할 수도 있는 Risk가 높다면 투자라기보다는 도박에 가까울 겁니다. 그래서 '투기적인'이라는 의미의 Speculative Grade, 즉 투기등급 회사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Risk가 큰 만큼 돌아오는 Return도 투자등급 회사보다는 높아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섭리겠죠?


하이일드 채권 금리(High Yield)


 이렇게 망할 수도 있는 Risk가 높은 회사들이 돈 좀 빌려주십사~하고 발행하는 채권을 우리는 '하이일드 채권(High Yield Bond)'이라고 합니다. 높은(High) 수익률(Yield)을 가져다주는 채권(Bond)이라는 뜻이죠.


 경기가 좋은 시기입니다. 금리는 낮아서 돈의 사용료가 낮으니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있죠. 돈의 가치가 떨어지니 투자자들은 '도전'을 많이 해보기도 합니다. 재미없는 대형 주식보다는 한 방 해볼 수도 있는 회사의 주식이나 코인 같은 곳에도 투자를 해보기도 하죠.


 이런 상황에서 투비 제약이 "치매 치료제 개발하게 돈 좀 빌려줘!"하고 채권 시장에 소리칩니다. 당연히 투자자들은 "아 그럼그럼~ 돈도 많고 금리도 낮은데 한 번 빌려줄게 해봐!"하며 돈을 빌려줄 확률이 높겠죠.


 원래 연 5%의 이자를 주면서 돈을 빌리려 했던 투비제약은 생각보다 많은 투자자들에게 놀라며 4.5%의 이자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이 많으니 더 낮은 이자로 채권발행이 가능했었던 것이죠.


 반대로 지금과 같이 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고, 오늘이 끝이 아니랍니다. 투자자들은 투비 제약같은 도전적인 회사보다는 투비 전자같은 안정적인 회사가 더 좋을 겁니다. 아니면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은 국채를 사는 투자자들도 많아지겠죠.


 투비 제약은 반드시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기에 연 8%의 이자를 줄 생각을 하고 채권시장을 나갑니다. 근데 투자자들이 거의 없어요. 높은 금리로 다들 '투비 제약이 돈 빌리기 힘들거야..', '경제가 너무 흉흉해서 모험은 안할래..'하면서 투비 제약에게 돈을 빌려주려하지 않죠.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투비 제약은 연 12%의 이자로 채권을 발행하게 됩니다. 투자자들이 없으니 이자를 높여서라도 돈을 끌어와야 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이일드 채권의 금리는 경기가 흉흉할수록 상승하고, 경기가 훈훈할수록 하락하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채권에도 '기준'이 있다


 앞서 "기준금리, 쉽게 설명해줄게" 칼럼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금리에도 기준이 있다고 설명드렸는데요. 금리와 마찬가지로 채권에도 기준이 있습니다.


 채권은 주식과 엄연히 다릅니다. '망하지만 않으면' 되죠. 그렇기에 망하지 않을 확률이 높은 집단일수록 안전한 채권입니다. High Risk, High return이니 이런 채권들은 이자(Return)이 적겠죠?


 한 국가에서 가장 망할 확률이 낮은 집단은 어디죠? 네, 바로 그 국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민국이 발행하는 채권인 대한민국 국채가 가장 안정적인 채권이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채권 중에 가장 금리가 낮습니다. 채권자에게 돌아가는 이자가 가장 낮다는 뜻이죠.


 그래서 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채권 시장에서는 국가가 발행한 채권인 국채가 그 기준이 됩니다.


하이일드 스프레드, 이제 알려줄게


 자, 우리 모두 하이일드 스프레드에 대해서 이해할 준비가 다 된 것 같네요. 정말 쉬우니 조금만 스크롤 내리시면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스프레드(Spread), 영어로는 '차액, 차이'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하이일드 스프레드란 투기 등급의 채권 금리와 가장 안전한 국채 금리와의 '차이(Spread)'를 의미하죠.


 대한민국 국채 금리가 연 2%입니다. 100만원을 대한민국에 빌려주면 연 2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죠. 그리고 투비 제약이 빌려간 이자율이 연 4.5%입니다. 그럼 두 집단의 이자 차이가 2.5%p가 나게되죠. 경기가 좋을때는 하이일드 금리 차이(하이일드 스프레드)가 2.5%p 수준인 겁니다.


 반면 경기가 흉흉해서 투비 제약이 12%에 돈을 빌려갔습니다. 국채와 금리 차이가 무려 10%p죠. 이렇게 경기가 훈훈에서 흉흉으로 넘어갈수록 국채와 하이일드 채권금리간의 차이는 점점 커지게 됩니다. 즉, 경기가 나빠질수록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확대된다!고 이해하시면 깔~끔할 것 같네요.


점점 고개를 드는 하이일드 스프레드

 훈훈에서 흉흉해지면 고개를 드는 하이일드 스프레드, 항상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이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2022년 2월부터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3%대에서 머물던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6월 16일, 벌써 5.17%로 2%p가량 상승해버렸죠.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2%p 상승했다는 의미는 재정상태가 안좋은 기업들이 돈을 빌리기 위해 더 높은 이자를 줘야한다는 뜻이며, 그만큼 채권자들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신중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이미 미국의 국채금리가 '역대급' 상승을 했음에도 국채와 회사채권의 차이를 의미하는 스프레드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정한 기업들이 돈 빌리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급등하는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의미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모험에서 안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뜻이죠. 주식도 일종의 모험자산이기에 함께 하락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모험 성향이 강한 나스닥 지수가 더 가파르게 빠지고 있는걸 보면 점점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식 지수보다도 경기 침체의 '확실한 알람' 하이일드 스프레드 급등을 우리는 주목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칼럼에서 알게 된 내용 정리.


 하이일드 채권에 대해 설명하려고 채권등급부터 다양한 예시까지 설명하느라 칼럼이 조금 길어졌습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1) 채권의 다양한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이러한 종류를 기반으로 2) 투기등급 채권(하이일드 채권)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준인 국채와 비교하여 3) 하이일드 스프레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고, 이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경기 훈훈에서 흉흉으로 넘어갈 수록 상승한다는 점도 '암기'가 아닌 '이해'할 수 있었죠.


 지진이 나면 사람보다 강아지가 먼저 도망친다고 합니다. 사람보다 미세한 진동과 신호를 먼저 느끼기 때문이라고 하죠. 하이일드 스프레드를 알고 있는 투자자로 경기 침체가 오기전에 모두 도망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기준금리, 진짜 쉽게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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