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커리 잎사귀를 꺼내주었다

에세이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우리 집 바로 근처에 어린이집이 있다. 지나갈 때마다 창밖으로 들리는 아이들 소리,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어린이집 뜰 등을 관심 있게 보곤 한다. 일부러 보려는 게 아니라 저절로 관심이 간다.


푸르른 5월, 근처 수목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어린이집을 지나는데 페트병을 멋지게 활용해 치커리를 심어 울타리에 걸어두었다. 치커리라고 적어놓은 푯말도 쓰여있다. 두 줄로 열 개 정도가 줄지어 걸쳐져 있는데 쭉쭉 뻗은 잎사귀가 싱싱하다.


수목원에서 실컷 식물들을 보고 왔지만 어린이집 울타리에 걸쳐있는 치커리는 또 뭔가 각별하다. 나도 모르게 다가간다. 옆을 보니 “우리 아이들이 심었습니다. 눈으로 봐 주세요.”라고 커다랗게 적혀있다. 아이들이 직접 심었다니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푯말에도 쓰여있고, 아이들이 페트병을 활용하여 직접 씨앗을 만지며 심었으니, 물론 말하지 않아도 눈으로만 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눈으로만 자세히 봤다. 그랬더니 그중에 기다란 초록색 치커리 잎사귀 한 잎이 울타리 창살에 끼어 찌그러져 있다. 5월의 기운을 받아 엄청 치고 올라왔는데 갈 곳이 막혀 움츠리고 있다. 나는 가만히 손을 뻗어 치커리 잎사귀를 창살에서 꺼내 주었다. 눈으로만 보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찌그러져 있던 잎사귀가 활개를 친다. 불현듯 생색을 내고 싶다.


그래서 치커리 잎사귀에게 말을 걸었다.


“갑갑했지? 내가 꺼내 주었다. 하늘 높이 쭉 자라야 한다.


5월 별다른 일이 없었던 나는, 뭔가 나도 좋은 일을 한 것만 같아 뿌듯하다.


그리고는 산책할 때마다 괜히 치커리에게 다가가 확인한다. 내가 꺼내 준 잎사귀도 하늘 높이 잘 자라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는 없던 관심이 갑자기 생기고 말았다.


나는 치커리 재배 작업에 눈꼽만큼도 참여를 안 한 주제에 울타리 창살에 끼어있던 잎사귀 하나를 바르게 펴주었다는 그 하나로 나 또한 치커리 성장에 참여를 할 태세다.


치커리의 성장을 응원하는 내가 있다.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관계를 맺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존재하는 그 누군가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고 응원하는 것이 이렇게 큰 만족감을 주다니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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