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만난 애기 벌
에세이 하루와 하루 사이
아침 9시에 선릉역 근처에서 약속이 있어 서둘러 나갔다. 오랜만에 타보는 러시아워 시간대라 나는 최대한 숨을 죽이고 쥐 죽은 듯 탔다가 내리고, 갈아타서 다시 쥐 죽은 듯 조용히 서있는데, 그 혼잡한 지하철 안 문 바로 옆 칸막이 막대 손잡이에 애기 벌 한 마리가 왔다 갔다 한다.
어떻게 들어왔을까.
누구를 따라 지하철을 다 탔을까.
애기 벌은 지금 있는 곳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인파로 가득 찬 지하철 안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
그러다 깜짝 놀라면 이 애기 벌도 사람을 쏠까?
나는 텀블러를 담은 하얀 비닐봉지를 바스락바스락 꺼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비닐봉지를 꺼내느라 부산한 나를 쳐다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애기 벌을 가만히 비닐봉지 속에 담았다. 그렇게 남은 역까지 비닐봉지를 든 채로 어정쩡하게 서있다가 선릉역에서 내리자마자 007 작전을 구사하듯 재빨리 개찰구를 빠져나가, 인파 속을 가로질러, 출구를 나서자마자 비닐봉지 입구를 열었다.
애기 벌이 얼른 날아가질 않는다.
바로 옆을 보니 화단이 있다. 화초 잎사귀에 가까이 대자 애기 벌이 그 위로 가 앉는다. 임 무 완 성, 휴~
종종 지하철 역에서 벌레나 곤충을 발견할 때가 있다.
언젠가는 풍뎅이를 발견하여 상비하고 있던 봉지에 담아 바깥으로 내보내준 적이 있다.
봉지 입구를 열자마자 풍뎅이가 어찌나 힘차게 부웅 날아오르던지 깜짝 놀랐다.
벌이나 풍뎅이는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옷깃에 앉아 지하철 구경을 하고, 다시 어딘지 모를 곳에서 누군가의 옷자락에 앉아 내리고 싶었을 수도 있다. 자기가 다 알아서 할텐데 내가 괜한 오지랖을 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오늘 무임승차를 한 애기 벌이 어떻게 생각하던 어쩌면 하루종일 지하철 안을 맴돌았을지도 모를 애기 벌과 선릉역에서 하차한 것이 뿌듯했다. 푸르른 5월 뭔가 좋은 일 한 기분이 들어 짱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