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멋진 수국나무를 만나다니!

에세이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오월, 이맘때 피는 나무 꽃들은 유독 흰색이 많다.

이팝나무, 팥배나무, 때죽나무, 아카시아, 찔레꽃, 그리고 흰 수국.


들판을 돌고, 산자락을 두어 바퀴 돌고, 카페라테를 타 마시고 싶어서 흰 우유를 사러 마트에 가는 길이었다.


어느 건물 담벼락에 하얀 수국 꽃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마치 커다란 포도송이처럼.

눈길이 쏠린다. 꽃송이가 이만저만 탐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 길을 몇 번이고 지나쳤지만 한 번도 몰랐던 것을 꽃을 피우니 이제야 돌아본다.


하얗고 탐스러운 꽃에 이끌렸다가, 서서히 수국나무에도 눈길이 간다.

아름드리 엄청 큰 나무는 아니지만 연륜이 느껴진다.

둥치는 굴곡을 이루며 위로위로 뻗어나가 있고 많은 옹이가 있다. 가늘고 길게 뻗어 올라가 제 때 피어야 할 때 아무 말없이 피어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었다. 옹이만 보아도 그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겠지, 이곳에 묵묵히 서서 수많은 날을 겪었겠지 싶다. 내 어찌 그 낱낱의 날들을 알겠는가!

수국나무에게 물으면, 뭐 대수롭지 않다고 말할 것 같다.


밑동 쪽을 보니 수국나무 바로 옆에 다른 수국나무 그루터기가 있다.

형제 나무였을까? 언제 그루터기가 되었을까?

전혀 뜻하지 않는 곳에서 흰 수국 꽃을 발견하고, 수국나무 둥치에 난 많은 옹이를 보고, 그루터기가 된 형제 나무를 만났다.


어린 시절 수국나무가 우리 집 뜰에도 있었다. 아마도 아버지가 심었으리라. 그때 나는 이 나무이름을 함박꽃나무라고 불렀었다. 정확한 이름도 모르고 함박 피어났으니까 함박꽃나무인가 보다고 생각하고 그 후 길거리에서 이 꽃을 볼 때마다 함박꽃이다며 반겼다.


오늘 이 나무를 만나서 사진을 찍어 검색을 해보니 함박꽃나무가 아닌 수국나무로 나온다.

이제야 난 이 나무를 알게 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눈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이름을 안 것은 바로 오늘이다.


그렇다면 난 드디어 수국나무를 만난 것이다.

이토록 멋진 수국나무를 만났으니 브런치 작가님들께도 보여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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