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들판에 서서 바람 샤워를 한다.
키 큰 여름 들풀이 사르락 춤추고, 아카시아 마른 꽃잎이 날리고, 여러 꽃나무의 향기가 섞인다.
붉은 오목눈이와 박새가 세상 바쁘게 움직이고, 여기저기서 소리가 요란하다.
나 또한 하나의 풍경이 되어 그들 사이에 서서 바람을 맞는다. 시원하다. 시간을 잊고, 지금 서있는 이 공간마저 잊는다.
동네 분이 “이달이 좋지, 6월달은 장마져.”하며 지나가신다.
장마! 그렇지, 곧 있으면 축축한 장마의 계절이 오겠지.
5월, 따스한 햇살 아래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 어디에 부딪혀 여기까지 왔을까. 그리고 아카시아 나무와 들풀과 나를 지나친 바람은 또 어디를 향해 그리 서둘러 가는 것일까.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불어오는 바람 속에 몸을 맡기고 자유를 만끽한다.
내 몸과 마음에 눌어붙어 있던 수많은 감정을 한 순간에 씻어주고 간다.
비누칠을 하지 않아도, 수건으로 닦지 않아도 된다.
그저 바람에 몸을 내맡기고 가만히 서 있으면 바람이 다 알아서 해준다.
묘한 차분함과 묘한 행복감이 날 감싼다.
새처럼 날 수 없어도 새만큼이나 자유로운 비상을 한 기분이다.
2월이나 3월에는 이 바람이 차갑기만 했었지. 12월과 1월의 바람은 생각하기만 해도 섬뜩하다.
아, 5월의 바람이 좋다. 그 무엇보다도 좋다. 이 바람도 이윽고 7월이 되고 8월이 되면 이 상쾌함을 잃고 말겠지.
바람도 수많은 관계망 속에서 존재하는구나. 햇빛과 기온과 함께 하는구나. 그들과의 관계와 사이에서 차가워지기도 하고 뜨거워지기도 하는구나. 살아있는 존재로구나.
바람 샤워를 하기에 딱 좋은 지금, 그럼 맘껏 즐겨볼 셈이다. 들판에 서서 바람과 소통해볼 셈이다. 지금 딱 부딪히기 좋은 이 계절 맘껏 부딪혀볼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