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 넘겼다

에세이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일주일 전이었다. 밖에 볼 일이 있어서 급하게 챙겨서 나서는데 주인집 어르신이 계셔 인사를 나누었다. 어르신이 한 손에 초록색 화초 모종을 들고 어디에다 심을까 망설이고 계신다.


“분꽃인데 드릴까?” 한다.

“네” 나는 받아 들고, 빈 화분에 물을 준 다음 분꽃 모종 두 개를 심어놓고, 서둘러 일을 보러 나갔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보니 두 그루 다 쌩쌩하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얼마나 더 쌩쌩해졌나 나가서 보니, 세상에 두 그루 다 축 처져 있다.

내가 기대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물을 더 주어 본다. 햇살 있는 데로 옮겨 놓아 본다.

전혀 차도가 없다.


아무래도 너무 거름이 많은 화분에 심은 것 같다.

서둘러 거름이 적은 다른 화분에 옮겨 심어 본다.


그리고는 아침마다 일어나 가장 먼저 분꽃의 상태를 확인한다.

여전히 힘이 없다.


하루에 한 번씩 물을 듬뿍 주고, 햇살 좋은 곳으로 화분을 옮겨 놓으며, 문득 양주동이 쓰고 이흥렬이 작곡한 노래 <어머니의 마음> 중에서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어머니처럼 분꽃을 낳지도 않았고, 손발이 다 닳도록 애쓰지도 않고 그냥 햇볕 잘 드는 곳으로 화분을 옮겨 놓는 그 일 하나로, 이렇게 <어머니의 마음>을 떠올리는 것을 보면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못 말리는 사람이다.


며칠이 가도 분꽃은 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내 마음 저 깊숙이 분꽃이 다시 생기를 찾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분꽃을 보러 갔다. 잎사귀에 생기가 돌았다. 나는 이날 남도 지방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이 있어, 분꽃에게 듬뿍 물을 주고, 햇살이 많이 머무는 자리로 화분을 옮겨놓고, 하룻밤 남도 지방에 머물렀다. 남도 지방은 한창 모내기철이었는데 물이 모자란 상황이었다. 수요일에는 마침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결국 남도 지방에는 비가 오지 않고, 서울 쪽에 비가 왔다.


분꽃은 잘 있을까.

너무 빗물을 많이 먹은 건 아닐까.

이런저런 걱정이 든다.


그리고 아침 빠른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내가 하루 집을 비운 걸 아는 것일까.

잎사귀에 힘이 없다.


나는 이날 내내 이런저런 일을 보며, 분꽃 화분을 햇볕 잘 드는 곳으로 옮겨놓기를 반복했다. 어제는 바람도 어찌나 세고, 어찌나 덥던지, 일을 하나 보고 분꽃도 볼 겸 집으로 돌아와 물도 한 잔 마시고, 다시 밖으로 나가 일을 보고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오늘 일어나 나가보니, 분꽃 잎사귀가 활짝 펴 올랐다.

한 고비 넘겼다.

나는 과연 이 두 포기 분꽃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앞으로 몇 고비가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는 데까지 해보자.

분꽃 두 포기와 같이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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