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분꽃이 작은 꽃을 피우다

에세이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나의 분꽃이 아주 작은 꽃송이를 피웠다. 자세히 보면 두 화분에서 피어난 분꽃이 서로 다르다. 나의 분꽃은 둘 다 여리여리하고 작지만 각자의 고유의 색과 빛깔을 지녔다.


나의 분꽃

어느 날 갑자기 싹을 틔운 화분에서 뽑혀 내게로 와 나의 분꽃이 되어 마침내 꽃을 피웠다. 내게도 뜻밖의 만남이었지만 분꽃에게도 뜻밖의 만남이었으리라.


나의 분꽃

내가 한 것은 뿌리를 내리도록 곧바로 화분에 심어준 것, 물을 주고 햇살을 쪼이도록 살펴준 것,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도와준 것, 가끔씩 쌀을 씻은 물을 부어준 것, 파리나 벌레가 잎사귀에 싸고 간 똥을 닦아준 것뿐이다.

그러는 동안 나의 분꽃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길가에서 마주친 화단에 핀 예쁜 분꽃

길 가다 만나는 남의 집 화단과 공터에 핀 분꽃들도 예쁘다. 여리여리한 나의 분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색깔도 선명하고 강렬하다. 찻길 소음 속에서도 열심히 꽃을 피웠구나. 대견하다.


길가 공터에 핀 화사한 분꽃

수많은 발길이 오고 가는 공터에서 이토록 화사하고 건강한 꽃을 피웠구나. 대단하다.


길가 화단이나 공터에 핀 분꽃들만큼 탄탄한 흙 환경이 아니었지만 나의 분꽃도 꽃을 피웠다.


나의 분꽃

피고 볼 일이다. 나의 분꽃은 가까운 둘이 서로 다르고, 길가나 공터 분꽃과는 더 많이 다르다. 같은 분꽃인데 이렇게 저마다 다르구나. 당연한 일이지. 나의 분꽃은 어린 시절부터 내가 지금껏 봐왔던 분꽃들과도 다르다. 나는 지금껏 많은 분꽃을 봐왔지만 나는 나의 분꽃 같은 꽃은 처음 본다. 참말로 피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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