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해, 우리가 먼전데

by 강이랑

치과에서 처방해준 약을 받아들고 막 약국에서 나와 길을 걷는데 “너무해, 우리가 먼전데”하는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차도는 2차선이었고, 인도는 상가 물건들이 점령해 좁았다.


나는 여자 아이의 목소리를 따라 곧바로 앞을 응시했다.


대여섯 살 아이였다. 아이가 엄마와 함께 길을 가고 있는데, 그 좁은 길 사이를 두 사람이 추월하며 지나갔다. 두 사람 눈에는 아이와 엄마가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서 가려거든 다른 길을 우회하여 갈 일이지, 아이에게 불편을 주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월해야만 했을까.


너무해, 우리가 먼전데


이 얼마나 야무진 말인가?

아이는 알고 있었다.


너무한 사람들에게 “너무해”라고 나도 똑바르고, 야무지게 말하고 싶어졌다. 너무 지나치고 과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언젠가 시장에서 고로케를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을 때였다. 앞 사람 계산이 끝나면, 바로 내 차례였다. 나는 묵묵히 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불쑥 끼어들더니 “호박 고로케 하나, 감자 고로케 둘”하고 말한다. 그러자 가게 주인은 나를 보았음에도 그 사람을 응대했다.


아, 그때 나는 “너무해, 내가 먼전데.”하고 말했어야 했다. 내 주장을 당당하게 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 대여섯 살 여자 아이가 멋져 보였다. 나도 이제 이 아이처럼 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여자 아이의 태도와 자세를 생각하며 시장 골목을 지나, 역을 가로질러, 산책로로 향하는 지름길 아파트 단지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앞에 유치원 여자 아이와 엄마와 어린 동생이 걷고 있었다. 저만치 앞서 가던 어떤 남자 아이가 “잘가!”하고 여자 아이를 향해 말한다. 그러자 여자 아이도 큰 소리로 “잘가!”응답하고, “고마워!”한다.


고마워!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자신에게 잘가라는 인사를 건네준 친구에게 여자 아이는 “고맙다”고 말했다.


먼저 인사를 건네준 존재에게, 적절한 순간에, 멋진 말 한마디를 유쾌하게 날리는 아이.


이날 내가 길거리에서 목격한 어른들은 돈, 돈, 돈 얘기뿐이었다. 무심코 들리는 전화 통화에서도, 서로 나누는 대화에서도 오로지 돈, 돈, 돈. 나는 솔직히 말하련다. 머릿속에, 온통 돈 생각밖에 없는 무례한 어른들에게, 참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나는 이제부터 못된 사람들에게 “너무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괜찮은 사람들에게 “고마워”를 외칠 것이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두 아이처럼 나도 그렇게 좀 더 새로운 마인드를 장착한 그런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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