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를 사면서

by 강이랑

저녁 무렵 두부를 사러 시장에 갔다. 시간은 벌써 6시를 훌쩍 넘었다. 커다란 은색 쟁반 위에 올려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는 다 팔렸고, 두 배가 비싼 국산콩으로 만든 두부만 남았다. 가게 주인이 지금껏 사 먹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내 눈에는 한없이 맛있어만 보이던 두부가 중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였다고 알려주신다. 이때 처음 알았다.


70대로 보이는 남성 두 분이 연달아 두부를 찾는다. 하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는 없다. 두 배 비싼 국산 두부만 있을 뿐. 가게 주인이 국산 두부를 권해도 두 사람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를 떠난다.


나는 국산 두부를 앞에 두고 이런저런 많은 생각에 사로잡혔다. 국산 두부의 정체를 이날 처음 알았다. 하나하나 귀하게 포장되어 있다. 수십 번 이곳을 들렀지만 은쟁반에 담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에 눈길을 빼앗겨 이 두부를 몰라봤다.


국산 콩으로 만든 두 배 비싼 두부는 딴딴하고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국산 콩이건 수입 콩이건 나의 눈길은 김이 모락모락 나고 투박하면서도 정감 있고, 그냥 딱 봐서 먹기 좋아 보이는 두부 쪽에 호감이 갔었다. 내가 두부에 대해서 무얼 알랴.


어린 시절, 저녁밥을 준비할 때 엄마가 건네준 빈 냄비를 들고 마을 초입에 있던 언덕 위 가게로 두부를 사러 가곤 했다. 가게 주인이 물이 흥건한 두부 한 모를 건져서 냄비에 담아주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렇게 오늘도 빈 냄비를 들고 시장에 들러 물기 줄줄 흐르는 두부를 사 오고 싶기도 하지만, 현실은 몇 겹으로 포장하거나 봉지에 넣어주는 두부를 사 오곤 한다.


우리 콩으로 만들었다는 두부를 사들고 오면서,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두부는 실은 수입 콩으로 만든 것임을 알며 뭔가 좀 서운하다.


두부를 사러 시장에 다녀오며 눈으로 맛있어 보이는 두부와 비싼 두부에 대해 생각한다. 아, 나는 가격으로 두부를 산 것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맛나 보이는 두부를 사서 맛있게 먹었구나. 김이 모락모락 나고 투박한 이미지에 이끌리는 내가 있었구나, 두부 한 모를 보며, 내가 어떤 이미지의 세계에 이끌리는 가를 안다. 두부만이 아니라 호박이나 묵 등을 살 때도 어린 시절에 보고 경험했던 익숙한 이미지를 중첩시키곤 한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두부를 살 때도, 생소한 분야를 시작할 때도, 처음 사람을 대할 때도 내 시각적인 경험치를 의심할 지어다. 함부로 판단하지 지어다. 잘 아는 사람의 말을 귀담아들을 지어다.


하지만 둘 다 맛있었다. 중요한 것은 결국 맛있게 요리하는 내 조리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난 나만의, 내가 소화 가능한 두부 조리법을 가지고 있는가? 결국 대상에 있는 게 아니라 문제는 내게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너무해, 우리가 먼전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