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같은 분꽃 씨앗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우리 집 분꽃이 7월 중순에 첫 꽃을 피우더니, 하루같이 피고 지고 피고 져 보석 같은 검정 씨앗을 맺었다. 백일 내내 날이면 날마다 저녁 무렵이 되면 어김없이 꽃을 피운 분꽃을 보기 위해 때론 아침 일찍 일어나곤 했다. 때론 저녁부터 아침까지 피어있는 분꽃처럼 그렇게 밤새 깨어있었던 적도 있었다. 게으른 나를 일으킨 분꽃들이었다. 그리곤 어김없이 씨앗을 맺어주었다. 이런저런 화초를 심고, 키우고, 꽃을 피웠지만, 내 손으로 키워 씨앗을 틔운 것은 처음이다.


새까만 분꽃 씨앗이 보석처럼 아름답다. 검은빛이 이렇게 아름다운 걸 분꽃 씨앗을 보며 깨우친다. 흑요석을 본 적도 없고 흑요석 팔찌를 차본 적도 없지만, 우리 분꽃 씨앗을 보고 있자니 흑요석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여리여리하던 분꽃에서 이리도 단단한 흑요석 같은 씨앗을 틔우다니!



백일 내내 피고 진 꽃들은 모두 몇 송이였을까. 두 그루가 한 송이씩만 피워도 2백 송이. 어느 날은 한 그루에서만 많게는 여덟 송이도 피운 적도 있으니, 아마도 다 합치면 아마도아마도 천 송이!


그리고 쉰 개가 넘는 보석 같은 씨앗들.

사실 내겐 보석 보다도 멋진 씨앗들.

큰 기대 없이 획득한 보물이라 더 값진 씨앗들.

검정의 빛남과 아름다움을 알게 해 준 씨앗들.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마침내 영글어준 씨앗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새로운 에 너희들을 다시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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