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에세이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같이 옛이야기 공부를 하는 선생님이 갑자기 내 신발 사이즈를 물었다. 들어보니 신발을 주문했는데 원플러스 원으로 똑같은 신발이 하나 더 왔다는 것이다. 사이즈는 내게 딱 맞았다. 아주 가볍고 편한 연분홍빛 신발이었다.


처음에는 특별한 날에, 외출할 때만 신다가 착용감이 너무 좋아 산책할 때도 즐겨 신었다.


며칠 전, 작은 언니를 만났다. 언니네 친구 아들 결혼식이 마침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곳에서 있어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언니네 집이 아닌 밖에서 언니랑 식사를 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닐까. 안에서 보나 밖에서 보나 정겨운 우리 언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언니는 골똘히 신발을 고르고 있었다.


외출용 구두가 커서 자꾸 벗겨져 힘들었다는 것이다. 언니 구두를 나도 한번 신어보았다. 진짜 불편했다. 언니는 이 구두를 신고 우리 집과 정반대 되는 그 먼 곳에서 전철을 갈아타고 온 것이다. 언니는 편해 보이는 겨울 신발을 골라놓고 내게도 신발을 사주겠다고 신어보란다. 언니 것과 색깔이 다른 걸로 골랐다.


이날 결혼식장에 가는 날답게 언니의 복장은 화사했다. 분홍색 치마를 다 입고! 나는 언니한테 함께 공부하는 분이 보내줬다며 내 연분홍빛 신발을 신어 보길 권했다. 언니 발에 딱 맞았고, 언니 옷차림과도 안성맞춤이었다. 무엇보다 나한테도 편했지만 언니한테도 편했다. 언니랑 내가 새로 산 신발은 청바지에 잘 어울리는 둔탁한 겨울용 신이다.


“언니 잘 어울린다. 이 신발 신고 가.


언니는 형부가 어떻게 생각하겠냐며 망설인다. 아마도 어떻게 그 가난한 처제 신발을 다 신고 왔냐고 형부는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게 무슨 대수랴. 나는 다시 권한다.


“오늘 언니 옷이랑 진짜 잘 어울려.


옛이야기 공부를 같이 하는 선생님이 보내준 신발이 이렇게 큰 쓰임을 하다니! 옛이야기 선생님은 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작은 언니는 8살 때 학교를 간 것이 아닌 9살이 되어서야 들어갔다. 어린 나를 봐야 했기 때문이다. 언니와 나는 여섯 살 나이 차이가 난다. 난 그때 두 살 때라 기억이 없지만 그 생각만 하면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이 교차한다.


그러던 나도 언니가 첫 아이를 나았을 때 조카를 봐주었다. 한 달이 막 지난 갓난아기 조카를 20대 초의 내가 본 것이다. 모든 것이 예뻤다. 조카의 똥도 예뻐서 천기저귀 빠는 것마저도 좋았다.


어린 시절에는 동생을 돌보고, 34년간 한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가정 살림을 꾸린 언니를 보면 게으른 나는 부끄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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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사준 새 신을 신고 언니가 사준 청바지를 입고 코스모스 만발한 가을길을 걷는다. 빗길을 걸어도 물이 세지 않고 눈길을 걸어도 미끄러지지 않을 것처럼 튼튼한 신발, 자갈길을 걸어도 끄떡없을 것 같은 새 신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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