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몇 날 며칠을 날은 것일까? 도대체 어떤 나날들을 날은 것일까? 아마도 햇살 부서지는 날, 비바람 몰아치는 폭풍우 날, 푸른 새벽과 붉은 저녁, 알 수 없는 날들과 상황 속을 작은 그림자 새는 오로지 한 방향을 향해 날아간다. 잎사귀 하나를 입에 물고서.
동이 터 오르는 새벽일까. 하늘이 촉촉하다. 이미나의 《새의 모양》은 눈여겨보지 않으면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그런 작은 그림자 새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림자 새는 자신과 똑같은 초록 잎사귀를 물고 풀 숲에서 기다리는 또 다른 작은 새를 향해 낙하한다. 사랑하는 두 새의 모습은 아름다운 초록의 시간과 석양빛으로 물들어가는 고요의 시간과 신비한 밤의 시간을 지나 영글어 간다.
이윽고 네 개의 알이 탄생하고, 아기새가 부화한다.
고양이 한 마리가 알을 노리지만 엄마 새는 둥지에서 알을 품고, 아빠 새는 나뭇가지에서 지켜 서서 밤낮으로 네 개의 알을 보호한다. 하지만 야생 고양이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위기는 아기 새 네 마리가 마침내 동그란 알을 부수고 나왔을 때 들이닥친다.
그림책은 아름다운 자연의 빛을 새들의 모습 속에 투영하며 다채롭게 그려지는데 알에서 부화한 아기 새들이 엄마를 찾는 장면은 노란 에너지체로 빛난다.
온 힘을 다해 먹이를 찾는 아기 새 네 마리. 오로지 엄마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기 새들은 엄청난 성장 에너지를 요구한다. 알을 부수고 나온 네 마리 아기 새들이 저마다 각자의 모양으로 성장하여 날기 위해서는 엄마 아빠의 힘에 더해 때론 공동체와 우주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
아기 새들의 강한 욕구만큼이나 아기 새를 노리는 야생 고양이의 눈빛도 빛을 낸다.
엄마 아빠가 자리를 비운 사이 수많은 새떼가 “거대한 유령의 모양”으로 나타나 고양이를 몰아낸다. 이때의 새떼는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어쩌면 그 어딘가로 이동하는 철새 떼 무리일 수도 있다. 아니면 우연히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새들의 무리일 수도 있다. 때마침 거대한 유령 모양을 한 새떼가 모습을 나타내준 덕분에 아기 새 네 마리는 무사히 살아남는다. 마치 이 장면은 웅대한 집단 무의식과 우주적 세계관 속에서 아기 새들이 보호받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새들은 사랑 속에서 자라나
여러 날을 기다린 후에야
하늘로 날아오른다. (《새의 모양》에서)
한 마리의 새가 저마다 개성 있는 존재로 날고, 아름답고 빛나는 모습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상상을 초월하는 크나큰 사랑이 필요함을 그림책《새의 모양》에서 목격한다. 따라서 아기 새의 탄생과 성장은 가족의 탄생과 성장을 가져온다. 자연빛을 품은 따뜻하고 청량한 수채화로 펼쳐진 새 가족의 서사는 집단 무의식과 우주적 세계관 속에서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