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12시 정각, 남산도서관을 향해 집을 나섰다. 주인집 안마당으로 햇살이 가득 들었다.
햇살을 마주하고 눈을 감는다.
한참을 서있다가 한줄기 바람을 신호로 전철역으로 향했다.
전철 한 대가 막 지나고 다음 전철은 9역 전이다.
아홉 개 전역이라니, 까마득하다.
홈에도 햇살이 가득 내려앉았다.
홈 한켠 양지바른 곳에 서서 햇살을 마주하고 눈을 감는다.
10분 더 지연된다는 안내 방송까지 흐른다.
햇살은 변함없이 따사롭고 바람은 바람대로 분다.
이윽고 잊고 있던 전철이 들어왔다.
남산 공원에 서서 작은 앞마당에서 마주하고 전철 홈에서 마주한 햇살을 다시 마주한다.
다른 게 있다면 갈팡질팡 이리저리 걸을 수 있다는 것. 공원 안을 가로지르고 횡단할 수 있다는 것.
정오의 햇살은 여전히 찬란하다.
나는 도서관이 아닌 남산으로 향한다.
계단을 오르고 올라 남산 중턱 정자에 앉아 다시 해를 마주한다. 정오의 햇살은 여전히 따스하고 바람마저 멎었다. 남은 계단을 올라 정상에 도착해 타워를 올려다보고 드디어 도서관을 향해 내려간다.
오후 3시의 도서관. 우회하고 우회하여 도착한 도서관. 그럴만했다. 도서관도 나도 여전히 정오의 햇살 영향 속에 있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 일이 있겠지만 오늘 마주한 정오의 햇살을 기억해야지. 이 햇살의 영향을 받으며 나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