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겄다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동네 주택가 골목을 걷고 있는데, 양손에 한 병씩 막걸리 두 병을 들고 가면서 남성이 중얼중얼 혼잣말을 한다.


갑자기 어떤 알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어린 시절 마을에서 익히 보았던 동네 어르신의 모습이 연상되어서였을까. 아니면 뭐라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목소리가 순간 우리 아버지를 연상시켜서였을까.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동네 여성분이 “술 끊었다매~!”눈총을 주며 지나간다.

“못 끊어~. 미치겄다.” 뭔가 관조한 듯한 음성으로 남성분은 말하더니, “한 병 줄까?” 하며 여성분을 향해 막걸리 한 병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다시 “미치겄다.”하고 혼잣말을 한다.


미칠 정도로 끊고 싶지만, 미칠 정도로 마시고 싶은 막걸리를 양손에 들고 “미치겄다”를 되뇌는 모습이 슬펐다.


봄햇살이 찬란하고, 산책로에는 붉고 하얀 철쭉꽃이 만발하였건만, 아저씨는 막걸리를 마시며 어느 시간을 부유하고 있는 것일까.


마트를 들렀더니, 아예 막걸리만 넣어둔 전용 냉장고가 있었다. 이렇게나 많은 막걸리를 넣어둔 냉장고는 오늘 처음 인지한다. 다양한 막걸리 중에서 아저씨가 흔들어 보였던 막걸리를 찾아본다.


갑자기, 나는 무슨 중독일까, 생각해 봤다. 누구나 한 가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그 무엇인가 중독적인 증상을 갖고 있지 않을까. 나의 경우, 예를 들면 잠이라든가.


끊고 싶지만 끊을 수 없는 마음,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찌할 수 없는 미칠 것 같은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파종, 2주 뒤 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