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2분에 새가 울었다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지난 일요일이었다.

새벽 무렵, 오른쪽 발이 갑자기 따끔거려 일어났다.

그렇게 발을 마사지하듯 꼼지락거리며 이불속에 있는데 모기 소리가 났다. 순간 벌떡 일어났다.


이때가 새벽 3시 반경이었다.

며칠 전에도 모기 소리가 났던 적이 있었지만 설마 이 시기에 모기일까라는 생각에 지나쳤었다. 이번에는 튕기듯 일어나 불을 켰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기가 침대맡 벽에 붙어있었다. 도구를 활용해 빛의 속도로 모기를 잡았다.


얄밉기도 하지, 모기가 가렵지도 않게 야금야금 내 볼살의 피를 빨아먹어 나는 전혀 몰랐다.

나중에 볼에 자국이 부풀어 오르고서야 알았다.


정신이 말똥말똥해졌기에 독서를 시작했다.

전미화 작가의 그림책 세 권을 읽고, 융의 <레드북>을 읽으려는데 벽녘의 이불 밖은 추웠다.

이불속으로 들어가 독서를 계속 이어가는데 새벽을 깨우는 맑은 새소리가 울렸다. 내 능력과 감각으로는 도저히 표기할 수 없는 경쾌하고 맑은 새소리가 바로 가까이에서 한동안 이어졌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새소리였다. 울음소리만으로는 그렇게 큰 새가 아닌 중간이나 작은 새 느낌었다. 시간은 새벽 5시 32분경이었다.


갑자기 그다음 날 아침이 궁금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5시 35분 까깍 까치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귀 기울여보았지만 이날 새벽을 알린 새는 까치뿐 일요일 새벽에 울던 그 새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월요일에는 까치가 새벽을 깨우는구나.


이 시기 새들은 5시 30분경에 하루를 시작하는 걸까. 하지만 아무 새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도 있다. 어제와 오늘이 그랬다. 아니면 우리 동네 우리 집 바로 앞까지 새가 날아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멀리서 희미하게 새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오늘은 다른 동네 다른 집 앞으로 갔나보다. 바로 그때 칫 삐하고 새가 울었다. 시간은 5시 40분. 바로 우리 집 앞에서 한참을 운다. 일요일에 왔던 새가 다시 왔다. 2층 주인 어르신이 거동하는 소리도 들린다.


게으른 나는 이 시각에 눈을 떴어도 일하러 나갈 일이 없으면 이불 밖을 나가기가 싫다. 따뜻하고 평온한 이 시간대의 이불속에서 기억나는 꿈을 사유하거나 구독하는 유튜브와 브런치를 보거나 책을 본다. 한참 책을 읽다가 맑은 정신 그대로 일어나 글을 쓰고 공부를 하면 좋으련만, 다시 이불속에서 꼼지락대다가 잠이 들곤 했다.


내가 이렇게 5시 30분경에 우는 새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 생체리듬 또한 5시 30분경에 깨어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여러 번 새소리에 귀 기울였던 체험이 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일어나 보려 한다. 첫 새벽을 알리고 깨우는 새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해볼까 한다.


새소리를 시작으로 수돗물 트는 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 차소리, 기침소리 여러 생활의 소리가 들려온다. 새벽일을 하러 나가는 사람들은 진즉에 일어나 준비했겠지. 게으른 내가 우리 동네 주택가 방안 이불속에서 들은 새소리니 어쩌면 새들은 우리 집에 오기 전부터 훨씬 빨리 깨어나 인간세상의 집집마다 옮겨가며 새벽을 알렸을 수도 있다.


일어나 옷을 챙겨입고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본다. 날이 밝아오고 있다. 소리가 가득하다. 한참 새싹이 돋는 분꽃 화분을 보았다. 새로운 싹이 가득 돋았다. 까치 소리도 들렸다.


매일매일이 아닌 눈을 뜬 그날 하루만이라도. 일주일에 한번만이라도. 그렇게 새와 함께 깨어나, 생명이 태어나 첫울음을 터트리듯 우는 새처럼 하루를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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