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엄마에게 동화책을 선물하다
버스를 기다리며➀
19◯◯년 3월, 막 중학교 입학식을 마친 14살 키 작은 영순이가 엄마 손을 잡고 학교 언덕길을 내려옵니다.
영순이 앞 뒤로 또래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언덕길을 내려옵니다.
영순이 얼굴엔 잔잔한 웃음이 한가득입니다. 엄마와 손잡고 단둘이만 얼마나 걷고 싶었는지요. 엄마는 지금 세 언니와 오빠와 남동생보다 영순이만 생각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꽃샘추위로 코가 빨갛고 발이 시리지만 농사일에 마디가 굵어진 엄마 손안에 든 영순이의 왼 손은 따뜻하기만 합니다.
영순이네 집은 2시간마다 오는 버스를 타고 20분은 가야 합니다. 차가 오려면 1시간 30분이나 기다려야 합니다. 걸어갈까, 하고 엄마는 생각합니다. 너무나 추워, 엄마는 망설입니다. 한 시간 삼십 분을 기다리느니 그 시간에 차라리 걷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버스값을 아꼈으면 합니다.
“영순아, 걸어갈래?”
목도리를 고쳐 매주며 엄마가 묻습니다.
영순이는 대답 없이 얼굴을 찡그리며 엄마 눈치를 살핍니다. 솔직히 버스를 타고 싶습니다. 춥기도 하고 배도 고픕니다. 중국집에 들어가 맛있는 자장면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으면 합니다. 곧장 집으로 가다니, 영순이는 눈물이 날 것만 같습니다.
엄마는 얄팍하고 가벼운 지갑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망 가득한 딸애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춥지? 그래. 버스 타고 가자.”
이렇게 엄마가 말하자 간신히 영순이의 얼굴이 풀립니다.
또래들이 찬바람 사이를 콩콩 뛰며 부모님과 함께 찐빵집 안으로, 자장면집 안으로 사라집니다.
영순이는 “엄마, 짜장면 먹자.”란 말을 하려다가 침과 함께 꿀꺽 목구멍 속으로 삼키고 맙니다.
영순이도 엄마에게 돈이 없다는 걸 압니다. ◯◯년, 막 14살이 된 영순이네 집은 100원도 큰돈입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