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엄마에게 동화책을 선물하다
버스를 기다리며➁
엄마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찬바람을 빨리 피했으면 합니다. 알맞은 곳이 없나 둘레둘레 찾아봅니다. 영순이는 목도리 안에 얼굴을 파묻으며 발을 동동 구릅니다.
“영순아, 저기 가자.”
엄마가 영순이의 손을 잡고 들어간 곳은 공책이나 연필 같은 문구와 함께 과자를 파는 곳입니다. 자장면은 못 먹더라도 찐방이라도 먹을 줄 알았던 영순이는 큰 실망입니다.
“춥죠?”
연탄난로 옆 의자에 앉은 채 사람 좋아 보이는 아줌마가 말을 건넵니다.
“예. 귀가 날아갈 것 같아요.”
난로 가까이 다가서며 엄마가 말합니다. 엄마는 아줌마랑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하며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렸으면 합니다.
“영순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골라봐.”
여전히 시무룩해 있는 영순이는 움직일 생각을 안 합니다.
“일 학년이요?”
“예. 너무 작죠?”
“으응, 초등학생 같네.”
아줌마의 이 말이 영순이를 더 화나게 합니다. 또래보다 작고 빼빼 마른 영순이를 모두가 한두 살 어리게 봅니다.
14살 영순이는 실망스럽고, 화가 나 그러지 말아야 하면서도 퉁명스러워집니다.
“과자 같은 거 안 먹어.”
정말 꼬마가 된 기분입니다.
“왜? 배고프니까 뭐 먹어.”
“안 먹는다니까!”
영순이는 이제 신경질까지 부립니다.
난롯가에 있던 두세 명의 어른이 흘낏 영순이를 쳐다보고는 다시 난로 위 손으로 눈길을 돌립니다. 과자를 고르는 또래도 돌아봅니다. 마냥 문가에 서 있을 수도 없습니다. 드르륵, 미닫이 문을 열고 동네 꼬마들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찬바람도 따라 들어옵니다.
“얘, 난로 옆으로 오너라.”
주인아줌마가 손짓하며 영순이를 부릅니다. 영순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있습니다.
“왔다 갔다 사람들 불편하니까 이리 와.”
엄마가 좀 화난 것 같습니다. 영순이는 못 이기는 척 툴툴거리며 난롯가로 다가갑니다.
자장면 한 그릇 사주지 못하는 엄마는 더 속상합니다. 그런 엄마 눈에 난로 옆 찜통기 속에 든 따끈따끈한 호빵이 들어옵니다.
맛있겠다, 엄마는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엄마의 마음은 지금 어린애입니다.
“영순아, 호빵 먹을래?”
영순이는 아무 대답도 안 합니다. 그냥 배가 고픕니다.
“봐라, 맛있겠지?”
어느새 엄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을 영순이에게 내밉니다.
영순이도 둥근달처럼 하얀 호빵이 맛있어 보입니다. 영순이는 못 이기는 척 호빵을 받아 듭니다. 말랑말랑한 호빵을 한 입 벤 영순이가 “앗 뜨거”하며 하마터면 손에 든 호빵을 떨어뜨릴 뻔합니다. 그런 영순이를 살짝 웃음 진 엄마의 얼굴이 바라봅니다. 영순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엄마도 먹어.”
호빵을 오물오물 씹으며 영순이가 말합니다.
“엄만 배 안 고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