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리며➂

(동화) 엄마에게 동화책을 선물하다

by 강이랑

버스를 기다리며➂

영순이는 ‘호호’ 불고 두 입 먹고, ‘호~호~’ 불고 세 입 먹습니다. 팥 앙금이 보입니다. 영순이는 다디 단 팥 앙금이 맛있습니다. 영순이는 호빵 밑바닥을 감싼 종이를 벗겨냅니다.


종이엔 호빵 살이 가득 들러붙어있습니다. 영순이는 떼어먹고 버릴까, 그냥 버릴까 망설이다가 그냥 버리기로 합니다. 쓰레기통이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엄마 옆입니다. 하지만, 엄마 손이 더 빠릅니다. 엄마는 영순이 손에서 호빵 종이를 받아 들며 말합니다.


“아깝게 왜 버려! 이렇게 많이 붙어있는데.”

엄마는 종이에 붙은 호빵을 발라 먹습니다.


영순이는 팥 앙금이 든 미지근한 호빵을 담뿍 베어 먹습니다. 입안 가득 단맛이 퍼집니다. 영순이는 그 맛에 취해 엄마 생각을 잊습니다.


영순이는 호빵을 다 먹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아직도 종이에서 호빵을 꼼꼼하게 떼어먹고 있습니다.

엄마도 배가 고팠구나, 하고 영순이는 문득 생각합니다. 엄마랑 나눠먹지 않은 게 후회됩니다.

엄마는, 호빵 살을 일일이 다 발라먹은 엄마는, 팥죽 새알을 만들 듯이 두 손으로 종이를 둘둘 말아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그런 엄마를 쭉 지켜보고 있던 주인아줌마가,

“하나 먹지 그래요. 시장한 거 같은데.”

하고 조금 엄마를 속상하게 하는 말투로 말합니다.

“아니에요. 아까워서요.”

엄마는 조금 빨개진 얼굴로 대답합니다.


“영순아, 다 먹었니? 나가자. 버스 올 때 됐지?”

버스가 오려면 아직 50분은 더 기다려야하지만 영순이는 미닫이 문을 여는 엄마를 따라 찬바람이 쌩쌩 부는 밖으로 나섭니다. 따뜻한 곳에 있다가 나오니 밖은 더 춥습니다, 영순이는 목도리를 코 위까지 둘러맵니다.

버스 정류장으로 영순이와 엄마는 나란히 걸어갑니다.


“영순아!”

맞은편에서 누군가가 부릅니다. 한 마을에 사는 민희입니다. 민희도 중학교 1학년 입학생입니다. 민희 옆에는 민희 아빠가 있습니다. 엄마와 민희 아빠는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민희네 아빠는 술에 취해 있습니다.


“아줌마, 우리 아빠 좀 말려주세요. 아빠 친구들이랑 지금까지 술 마셔놓고는 또 드신대요.”

“이눔아, 니가 무슨 상관이야. 아빠가 기분 좋아 마신다는데.”

“아빠, 아빠는 그렇게두 술이 좋아요?”

“그래, 좋다. 아빤 한 잔 더 하고 갈테니 너 먼저 가.” 민희네 아빠는 비틀비틀 흔들거리는 걸음으로 술집으로 갑니다.


영순이가 “민희야, 우리랑 먼저 집에 가자.”하여도 민희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한참 뒤 민희가 묻습니다.

“아줌마, 이 세상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거와 싫어하는 게 뭔지 아세요?”

“글쎄. 뭐냐?”

“돈이요. 돈이 제일 좋아요. 그리고 술이 제일 싫어요.”

엄마는 그냥 가만히 고개만 끄덕입니다.


영순이는 엄마와 나란히 앞서 걸어가는 키 큰 민희가 언니만 같습니다. 두 사람을 뒤따르면서 영순이는 생각합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뭘까, 하고요. 영순이는 ‘… 돈, 내가 좋아하는 것도 돈이고, 가장 싫어하는 것도, 돈이야.’

◯◯년 막 중학생이 된 영순이는 잠시 추위도 잊고 이렇게 답해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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