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할 일이 아니었다. 따뜻한 물을 부었을 때 썩은 채소 냄새가 났던 박하 잎사귀를 건져 찬물을 부은 물병에 옮겨 담아 공부 모임에 지참했다.
물병 색깔이 예쁘다.
뚜껑을 열었더니 이상한 냄새가 싹 가시고 은은한 박하향이 풍긴다. 시행착오를 하다 보니 어떻게든 수정하고 응용하고 싶다. 이제야 채소차가 아닌 박하차 풍미 가득하다. 갈수록 초록빛이 선명하고 향이 지속되는 걸 보니 박하차는 박하차다. 두고 볼 일이다. 예전에는 응용하고 활용할 줄을 몰라 좋은 것도 그냥 버렸다.
그동안 맹물은 많이 마셨다. 당분간은 물병에 박하 몇 잎을 담아 이렇게 마셔야겠다.찌고, 말리고, 거기에 더해 덖으면 또 다른 풍미가 생기겠지. 모든 것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공정이 필요한 거구나. 당연하지. 그 가느다란 박하 잎사귀가 이렇게 선명한 색과 모양과 향을 지속하다니 놀랍다.
내가 대실패 한 박하차는 뜨거움이 아닌 차가움과 어울리는 아이었던 것이다. 차가움 속에서 은은한 향을 내뿜는 그런 아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