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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May 13. 2024

노린재가 다녀갔다

하루와 하루 사이


집을 나서려는데 박하잎에 는 생명체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누굴까. 진딧물의 천적 무당벌레는 아니었다. 검은 곤충이었다. 찾아보니 노린재였다.


노린재 또한 진딧물의 천적이라고 한다. 부탁한다 노린재, 란 생각이 들었지만 노린재는 식물의 즙을 빨아먹기도 한단다. 노린재가 박하즙은 먹지 않고 진딧물만 먹어주길 바라지만 세상은 그렇게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디인가. 드디어 진딧물의 천적이 스스로 나타났다.


나는 아침마다 눈 불을 켜고 진딧물을 수색했다. 없기를 바랐지만 있었다. 처음이 힘들었지, 이제는 단호해져서 진딧물이 다닥다닥 붙은 박하잎은 단번에 따서 버린다. 참으로 끈질긴 진딧물이다. 허나 나도 끈질기긴 마찬가지다. 어디 두고 보자, 진딧물~!


이웃분이 알려줘 박하 꼭대기를 따주었더니 잎사귀 마디마디 새순이 돋아났다.  위로위로 키만 크는 것이 아닌 옆으로 옆으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꼭대기 새순을 딴 바로 옆으로도 다시 새순이 돋아났다. 참으로 강인한 생명력이다.


이런 박하를 진딧물에게 먹힐 수는 없다. 나는 한 잎 한 잎 꼼꼼히 살펴가며 진딧물을 찾아낸다.


그러던 찰나에 노린재가 나타났다. 노린재는 어떻게 알았을까. 어디에서 여기까지 온 것일까.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보니 노린재는 어디로 가고 없다. 너는 또 어느 길을 따라 그 어디로 날아간 것이냐. 박하는 정오에 집을 나섰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노린재는 하 화분에서 자신이 노리던 양식을 획득했을까. 알 수 없는 그 어느 곳에서 우리 집까지 찾아왔으니 허탕은 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마저 든다. 내일은 어느 곤충이, 어느 벌레가 우리 박하 화분을 찾아올지 기대 아닌 기대마저 든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참 오묘하고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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