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려는데 박하잎에 있는 생명체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누굴까. 진딧물의 천적 무당벌레는 아니었다. 검은 곤충이었다. 찾아보니 노린재였다.
노린재 또한 진딧물의 천적이라고 한다. 부탁한다 노린재, 란 생각이 들었지만 노린재는 식물의 즙을 빨아먹기도 한단다. 노린재가 박하즙은 먹지 않고 진딧물만 먹어주길 바라지만 세상은 그렇게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디인가. 드디어 진딧물의 천적이 스스로 나타났다.
나는 아침마다 눈에 불을 켜고 진딧물을 수색했다. 없기를 바랐지만 있었다. 처음이 힘들었지, 이제는 단호해져서 진딧물이 다닥다닥 붙은 박하잎은 단번에 따서 버린다. 참으로 끈질긴 진딧물이다. 허나 나도 끈질기긴 마찬가지다. 어디 두고 보자, 진딧물~!
이웃분이 알려줘 박하 꼭대기를 따주었더니 잎사귀 마디마디 새순이 돋아났다. 위로위로 키만 크는 것이 아닌 옆으로 옆으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꼭대기 새순을 딴 바로 옆으로도 다시 새순이 돋아났다. 참으로 강인한 생명력이다.
이런 박하를 진딧물에게 먹힐 수는 없다. 나는 한 잎 한 잎 꼼꼼히 살펴가며 진딧물을 찾아낸다.
그러던 찰나에 노린재가 나타났다. 노린재는 어떻게 알았을까. 어디에서 여기까지 온 것일까.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보니 노린재는 어디로 가고 없다. 너는 또 어느 길을 따라 그 어디로 날아간 것이냐. 박하는 정오에 집을 나섰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노린재는 박하 화분에서 자신이 노리던 양식을 획득했을까. 알 수 없는 그 어느 곳에서 우리 집까지 찾아왔으니 허탕은 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마저 든다. 내일은 어느 곤충이, 어느 벌레가 우리 박하 화분을 찾아올지 기대 아닌 기대마저 든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참 오묘하고 신기하다.